대한의사협회가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지난 1908년 한국의사회 창립총회를 기점으로 국민보건을 위해 힘써온 값진 시간이다. 협회는 지난 2일부터 3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의협 100주년 기념 종합학술대회’를 개최했다. 48개 학회가 참여한 국내 최대 규모의 의학 학술제다. ‘한국의료 100년, 국민건강 100세’라는 표어 아래 24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의사회원은 물론 전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학술축제를 만들었다. 올해는 처음으로 학부생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영어논문 발표대회’를 개설했다. 국내 의료계의 역사를 돌아보는 뜻 깊은 자리에서 윤혜진(의대·의학 4) 양이 ‘인지질 분해효소 D1이 자궁내막 증식에 미치는 중요한 역할’에 관한 논문으로 장려상을 수상했다. 의학도로서 대한의사협회 창립 100주년 기념대회에서 상을 받아 더 의미가 있다. 매우 영광이다. 지난 1908년 창립된 대한의사협회는 사회복지증진, 국민보건의 향상과 인권옹호를 도모하며 의료정책 수립 및 연구, 학술활동지원, 정기간행물 발간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 미래 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영어논문 발표대회는 올 해 처음으로 개설됐다. 영어로 작성된 논문을 대상으로 하는 이유는 국내 의료 수준이 의료 선진국들과 겨룰 만큼 발전함에 따라 미래 의사들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상을 받은 것도 기쁘지만 무엇보다 지난 3년여 간 실험실에서 보낸 시간들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 기쁘다. 직접 연구에 참여하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낸 것은 6년간 그저 전공 공부에만 충실했다면 할 수 없을 값진 경험이다. 자신의 논문에 대해 설명해 달라. 대회는 지난 2005년에서 2007년 사이에 쓴 학부생 및 대학원생의 영어논문을 대상으로 했다. 논문점수와 교수님 추천서가 평가에 반영됐다. 내가 장려상을 수상한 논문은 ‘인지질 분해효소 D1이 자궁내막 증식에 미치는 중요한 역할’이라는 제목의 영어논문이다. 여성이 임신을 하기 위해선 수정란이 자궁내막에 착상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배란기엔 자궁내막 세포가 분화, 증식하며 자궁내막이 두꺼워진다. 만약 자궁내막이 충분히 두꺼워지지 않는다면 이는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한중수(의대·의학) 교수 연구실에서 윤미섭 박사와 함께 자궁내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해 연구했다. 그 결과 세포 내 신호전달체계의 기본 물질인 ‘인지질 분해효소 D1’이 자궁내막 세포의 분화, 증식에 영향을 미침을 알게 됐다. 이론적 원리를 발견한 것뿐이지만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불임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논문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수업 중 한 교수님께서 관심이 있으면 실험실로 찾아와 직접 연구에 참여하고 논문을 내보라고 권하셨다. 의대생은 6년간 전공 공부를 마친 뒤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하면 인턴 1년을 거쳐 레지던트가 된다. 이 때 세부 전공을 정하게 되는데 이후 4년 동안 자신의 전공에 대해 깊이 공부한다. 따라서 학부생은 여러 과를 돌며 다양한 세부 전공을 조금씩 배우게 된다. 아직 어떤 과가 적성에 맞을지 확실히 결정하지 못했던 나는 직접 연구에 참여할 수 있다는 교수님의 말에 흥미를 느꼈다. 예과 2학년인 지난 2004년부터 본과 2학년인 2006년까지 연구에 참여했다. 예과 시절엔 방과 후에, 본과 시절엔 주로 방학을 이용해 실험실에 나가 윤 박사와 연구에 매진했다. 그 결과 작년 'Biology of reproduction'이라는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게 됐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고 들었다. 어떤 것들이 있었나? 대한의사협회는 ‘심폐소생술 및 자동제세동기 실무 강좌 워크숍’, ‘백세건강심포지엄’, ‘의사들과 함께 건강달리기’ 등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한편 ‘영어논문 발표대회’를 비롯해 의대학생이 참여하는 행사도 기획됐다. ‘미래의사 100인 교양의학 골든벨’은 전국 41개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을 대표하는 의대학생이 참가했다. ‘교양의학’ 문제를 푸는 프로그램으로 1, 2등 수상자에겐 세계보건기구(WHO)·미국국립보건원(NIH) 견학을 포함한 배낭여행을 제공했다. ‘선후배가 함께하는 락 페스티벌’에선 전국 각 의대 록 동아리가 출전해 실력을 겨뤘다. ‘전국 의대, 의학전문대학원 박람회’도 열렸다. 본교를 비롯한 25개 국내 의대가 참여해 입시생들과 부모를 대상으로 입시정보를 제공했다. 나는 박람회에 참여해 본교 의대를 홍보하는 일을 도왔다. 훌륭한 후배들이 많이 들어오길 바란다. 의대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의대 수업의 시간표는 빡빡한 편이다. 보통 오전 8시부터 시작된 전공 수업은 오후 5시 무렵이 돼야 끝난다. 실습이 있는 날은 더 늦는다. 전공 특성상 시험이 5주에 한 번씩 있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매일 착실하게 복습을 해둬야 대비할 수 있다. 학년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타 단과대에 비해 방학 기간이 훨씬 짧다. 가장 짧을 땐 일주일만 방학을 누릴 수 있다. 틈틈이 취미생활을 즐기는 친구들도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의대생들은 하루 일과 중 공부하는 시간의 비중이 가장 클 것이다. 하지만 바쁜 시간을 쪼개 연구에 참여해보는 것을 권한다. 본인이 의욕적으로 찾아 나선다면 교수님들께서 제공하는 좋은 연구 사업에 동참할 수도 있다. 연구 성과라는 게 장시간을 들여야 얻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은 시간 대비 얻는 것이 적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
글 : 이현정 학생기자 norubia@hanyang.ac.kr 사진 : 권순범 사진기자 pinull@hanyang.ac.kr |
200-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