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이 어느덧 절반이 지났다. 부푼가슴과 열정을 안고 시작한 2012년 한양의 울타리 안에서는 어떤 성과가 있었을까. 뛰어난 능력을 자랑하는 이공계열의 연구성과에 언론의 주목 역시 많았다. 2012년 상반기 언론이 주목한 한양 이공계의 학술성과를 인터넷한양이 짚어봤다.
전형탁교수(공과대·신소재) - 흡수율 4배 높인 나노금속입자개발
전 교수팀이 기존보다 태양광의 흡수를 최대 400% 높인 나노금속입자를 개발했다. 연구팀이 보유한 ‘원자층증착기술(원자를 한 층씩 쌓아 올리는 기술)’을 활용해 ‘루테늄옥사이드(RuO2)’를 균일한 나노입자층을 만든 것. 이는 기존계면불순물이 유발되는 용액합성법에 의한 나노입자공정과는 달리 품질의 나노입자형성과 나노하이브리드소재의 계면형성기술을 확보함을 보여준다. 이번에 개발된 나노금속입자는 태양광 흡수와 자외선광 방출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태양전지의 원가절감에 중요한 기반기술로 활용될 전망이다. 또한 나노입자 형성 공정은 LED 조명의 휘도(일정한 넓이를 가진 광원 또는 빛의 반사체 표면의 밝기를 나타내는 양) 향상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 교수팀은 지금까지 태양광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전도성을 가진 비싼 금·은·백금 대신 ‘루테늄옥사이드’를 이용해 원가를 낮췄다. ‘루테늄옥사이드’는 금속 산화물 중에서도 전도성이 있는 것으로 원가가 낮아 실생활에서 이용이 가능하다.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는 우리대학 동문인 아주대 서형탁 교수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연구 결과는 영국 왕립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저널 오브 머터리얼스 케미스트리(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에 게재됐다. 전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나노금속입자는 태양전지와 LED(발광다이오드)에 쓰여 원가를 절감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현교수(의대·의학) – 우울증 조절 유전자 ‘뉴리틴’ 발견
손 교수팀이 뇌의 해마신경세포에 있는 '뉴리틴(Neuritin)'이란 유전자가 우울증에 관여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우울증은 뇌의 해마에 있는 신경세포의 기능과 구조가 위축돼 나타나는 것으 로 알려져 있지만, 우울증 치료제가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손 교수팀은 단백질 유전자 뉴리틴이 신경돌기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기능에 착안했다. 곧바로 뉴리틴이 부족하면 우울증이 유발되고 많이 만들어지면 우울증이 완화된다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에 착수했다.
손 교수팀은 흰 쥐에 35일간 만성스트레스를 유발한 뒤 4년간 행동유형을 연구했다. 연구 결과 우울증에 걸린 쥐는 뇌의 해마부분에서 뉴리틴 단백질이 감소했고, 우울증 치료제를 투여하자 뉴리틴이 다시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흰 쥐의 해마에서 뉴리틴 발현을 증가시켰을 때 신경돌기의 발달과 시냅스돌기밀도가 증가해 우울증이 완화됐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학술지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손교수는 "신경세포의 활성도에 의해 발현이 증가하는 뉴리틴이 우울증에 관여하고 있음을 밝혀 신경활성도와 우울증이 연계돼 있다는 새로운 연결고리를 찾았다"고 말했다.
채필석 교수(공학대·생명나노) - 신약 만들어내는 ‘양쪽성 물질’ 개발
채교수팀은 세포막에 존재하는 '막단백질(membrane protein)'을 오랫동안 유지하며 관찰할 수 있게 도와주는 ‘양쪽성 물질(amphiphile)’을 개발했다. 막단백질은 ‘세포의문지기’로 불린다. 막단백질은 뇌와 심장, 폐 등에 존재하면서 세포 내부와 외부로 물질을 수송하거나 외부에서 들어온 신호와 결합해 내부로 전달한다. 막단백질은 심장질환, 뇌질환, 암 등 여러 질병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현재 개발 중인 신약의 40% 이상이 막단백질을 조절할 수 있는 물질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연구는 더딘 편이다. 막단백질에는 물을 좋아하는 ‘친수성’ 부분과 물을 싫어하는 ‘소수성’ 부분이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막단백질을 관찰하기 위해 물에 넣으면 친수성 부분이 물과 엉기면서 구조가 쉽게 무너져 버린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채 교수팀은 고리 모양이 여러 개 연결되어 있는 ‘양쪽성’ 물질을 개발했다. 양쪽성 물질이란 친수성과 소수성을 동시에 띠고 있는 물질이다. 채 교수는 "이 물질은 막단백질을 견고하게 둘러싸 구조를 오랫동안 유지하게 한다"며 "막단백질이 신호를 어떻게 전달하는지, 물질을 수송할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특허 출원과 함께 바이오 업체와 기술 이전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 결과는 화학분야 국제 학술지인 '케미스트리유로피언 저널(Chemistry-A European Journal)' 에 게재됐다. 지난해에도 막단백질 관찰을 위한 양쪽성 물질인 ‘MNG amphiphile’를 개발해 화제가 됐던 채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물질은 ‘MNG amphiphile’와 대등할 뿐 아니라 막단백질을 유지하는 측면에서는 더 나은 성질이 있다"며 "신약개발에 막단백질 연구가 필수인 만큼 이번에 개발한 물질도 관련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태규 교수(약대·약학) – 정상세포 피해 없이 말라리아 잡는 신물질 개발
전 세계에서 매년 100만~300만명이말라리아로목숨을잃는다. 경기도 수원시의 인구보다 많은 수다. 바이러스나 세균이 아닌 기생충에 의해 감염되는 질병이기 때문에 현재까지 백신 개발은 희박했다. 말라리아 감염률 감소는 예방약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실정. 문제는 부작용이었다. 말라리아 감염 시 기생충 한 마리는 두 마리로 분화된다. 분화되기 전,기생충의 DNA가 두 배로 늘어나는데, 예방약은 이를 막는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정상세포의 세포분열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문제였다. 혈관으로 나온 기생충에만 작용해 약효도 저조했다.
남 교수가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진은 기존 예방약의 부작용을 해결한 신물질을 찾았다. 남교수는 "이 화합물은 혈액 속에 있는 말라리아 유충을 잘 죽이면서도 다른 세포에는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찾은 예방물질은 혈관뿐 아니라 말라리아 기생충이 간에서 2주간 잠복기에 있을 때에도 작용한다. 실제 사람 간세포를 사용한 한 실험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남 교수는 "이 화합물이 기생충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억제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화합물을 가지고 이 유전자가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 지 쥐를 대상으로한 전임상실험(임상 전에 거치는 동물실험)이 진행중.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소개 됐다. 남 교수는 "결과가 좋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상업화로 이어진다면 말라리아 퇴치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정 교수(공과대·생체) –회전운동까지 가능한 신소재인공근육 개발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로 가늘면서도 기존 인공근육보다 회전력이 우수한 ‘탄소나노튜브(CNT)’ 인공근육이 개발됐다. 인공근육은 전기적 자극을 받으면 운동을 하는 구동기(하나의 다른 장치를 제어하거나 조절하는 하드웨어 장치 또는 프로그램)를 말한다. 탄소나노튜브는 6각형 고리로 연결된 탄소들이 긴 대롱 모양을 이루는 지름 1나노미터(10억분의1 미터) 크기의 미세형 원통형 분자다.
기존 인공근육은 굽힘, 수축, 이완 기능만 가능했지만 이번에 김 교수팀이 개발한 인공근육은 비틀림은 물론 회전운동까지 가능하다. 쉽게 말해, 이제까지 인공근육이 팔을 구부리고 펴는 정도의 움직임만 가능했다면 이 기술은 코끼리가 코를 비틀고 문어가 다리를 나선형으로 꼬는 것 같이 복잡한 움직임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개발된 탄소나노튜브 인공근육은 실 1㎜ 굵기로 250도 회전이 가능하다. 전압의 변화에 따라 양방향회전도 가능하다. 이 연구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김 교수는“움직임을 다양화한 것뿐 아니라 구동원리도 간단해 소형모터를 만들거나 로봇분야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한양기사보기 ‘자연에서 찾아낸 차세대기술’ 김선정 교수 인터뷰 본지 2월 3주차
선양국 교수(공과대·에너지) - 성능 5배 높인 전기차 전지개발
선 교수팀은 한 번 충전으로 서울과 부산을 왕복할 수 있는 전기자동차용 `리튬공기전지(Lithuim-air battery)’를 개발했다. 현재 전기차용전지 사용하고 있는 리튬이온전지는 한 번 충전으로 160㎞ 정도 주행이 한계. 하지만 리튬공기전지는 800㎞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이는 리튬공기전지에 적용한 특수전해질 덕분이다. 이 전해질은 기존 리튬이온전지용 전해질에 비해 휘발성이 적고 산소이온과의 반응도 약하다. 선 교수팀의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 케미스트리(Nature Chemistry)’에 게재됐다.
선 교수는 "리튬공기전지의 초고용량 특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출력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며 "수시로 충ㆍ방전이 가능해 수명이 대폭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리튬공기전지의 상업화를 위해서는 음극 소재의 안정화와 수분이 높은 곳에서 견딜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며 "집중적으로 투자하면 5년 내 리튬공기전지의 상업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넷 한양기사보기 ‘꿈의 전지 개발’ 선양국 교수 인터뷰 본지 7월 1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