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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키론(Chiron)이 등장한다. 헤라클레스를 비롯한 수많은 영웅들의 스승이었던 그는 의술과 음악에 능하고 정의를 존중하는 온화한 인물이다. 신화에 나오는 키론처럼 의학과 음악을 사랑하며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오재원(의대·소아청소년) 교수를 위클리한양이 만나봤다. 얼마 전 책 ‘필하모니아의 사계’를 출판하는 등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은 그는 ‘바이올린 켜는 의사’로도 유명하다. 현재 의대 오케스트라 동아리 ‘키론(Chiron)’의 지도교수를 맡고 있다. 어떤 인연으로 학내에서 음악활동을 하고 있는가?
학교뿐만 아니라 구리병원에서도 음악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병원에서의 음악활동이 궁금하다.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저녁시간에 공연을 연다. 병원에서 활동하는 팀명도 ‘키론 앙상블’이다. 처음에 같이 공연하려고 모였던 사람들은 현재 거의 다 떠나고, 지금까지 남은 3명이 6년째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입원 환자들이 저녁식사를 하고 심심할 시간에 오며가며 관람할 수 있도록 로비에서 공연을 진행한다. 악기소리를 처음 들어본다며 신기하다는 사람도 있고, 이런 공연 생전 못 보고 죽을 뻔했다고 말하는 환자도 있다. 병원을 찾아오는 사람 중에는 다문화가정 사람들도 많고 집안이 어려운 분도 있다. 돈이 없어 치료나 검사를 못 받는 사람에게는 무료로 진료를 해주기도 한다. 음악적으로도 그렇고, 인간과 인간이 감정을 주고받는 일은 기분 좋은 일이다. 모두를 즐겁게 만드는 것. 그것이 음악의 본질이 아니겠는가. 얼마 전 책 ‘필하모니아의 사계’를 출판했다. 책 소개를 부탁한다.
음악활동을 이어오던 중 특별히 기억나는 사연이 있을 것 같다. 미국 유학시절이었다. 동양인인 나는 권위적인 미국 의사들 사이에서 항상 무시당했다. 외로이 유학생활을 이어가던 중, 우연히 그 병원에서 운영하던 오케스트라 단원 면접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다. 의사 가운을 벗으니 서로의 인간적인 모습이 보이더라. 음악을 통해 서로의 내면을 볼 수 있었다. 그 이후 그쪽 사람들과 함께 공연도 하면서 즐겁게 유학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본인에게 ‘클래식’이란 어떤 의미인가? 인간에게 예술은 청량제다. 인생을 살다보면 많은 시련을 겪게 된다. 중심이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시련들을 헤쳐 나가기란 쉽지 않다. 예술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준다. 나에게 클래식이란 그런 의미에서 ‘약’이다. 보약보다 더 좋은 약이다. 클래식을 듣고 있으면 어지럽던 머릿속이 차분히 정리된다. 클래식처럼 조용한 음악이 집중력을 키워준다고 의학적으로도 검증됐다. 집과 사무실에서 작업을 할 때는 항상 클래식을 틀어놓고 있어야 몰입이 잘된다. 조용하면 오히려 잠이 온다.(웃음) 앞으로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인생을 멋있게 살았으면 좋겠다. 화려하게 뽐내며 사는 것보다 죽기 전에 부끄럽지 않고 재미있게 살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이 멋진 인생을 산 것이다. 행복을 인생의 목표로 삼지 않았으면 좋겠다. ‘난 반드시 행복해야 해’하고 집착하면 행복하기 힘들다. 불행과 좌절도 인생의 한 부분이다. 불행하다고 해서 인생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힘든 시기도 떳떳하게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면, 진정한 행복이 찾아온다. |
이준흠 학생기자 dlwnsgma1@hanyang.ac.kr |
201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