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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켜는 의사 오재원 교수
조회 2409 2016-02-17 14:14:47
신화 속 키론처럼    바이올린 켜는 의사 오재원(의대?소아청소년) 교수    “환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연 계속 이어갈 것”

그리스 신화에 키론(Chiron)이 등장한다. 헤라클레스를 비롯한 수많은 영웅들의 스승이었던 그는 의술과 음악에 능하고 정의를 존중하는 온화한 인물이다. 신화에 나오는 키론처럼 의학과 음악을 사랑하며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오재원(의대·소아청소년) 교수를 위클리한양이 만나봤다. 얼마 전 책 ‘필하모니아의 사계’를 출판하는 등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은 그는 ‘바이올린 켜는 의사’로도 유명하다.

현재 의대 오케스트라 동아리 ‘키론(Chiron)’의 지도교수를 맡고 있다. 어떤 인연으로 학내에서 음악활동을 하고 있는가?

오재원 교수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바이올린을 잡았다. 음악을 좋아해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음대진학을 준비했다. 집안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음대는 포기하고 우리대학 의대에 입학했다. 의대 입학 뒤에도 음악에 대한 미련이 남아 신입생 시절에는 음대 수업을 몰래 청강하기도 했다. 예과 2학년 때 선배의 권유로 의대 기악 동아리에 가입하게 됐다. 나는 음대진학을 준비하던 사람이고 나머지 친구들은 대학교에 입학한 뒤 악기를 배우기 시작했기에, 자연스레 내가 오케스트라 악장을 맡게 됐다. 본과 1학년 때 내가 ‘한양의대 기악반’이던 동아리 이름을 ‘키론(Chiron)’으로 바꿨다. 평소 좋아하던 그리스 신화의 인물 ‘키론’의 이름을 빌린 것이다. 마지막 학기를 제외하고는 계속 오케스트라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그것이 인연이 돼 지금까지 지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신입생 환영회나 졸업생 환송회와 같은 행사가 있으면 재학생들과 함께 공연을 준비한다. 7월 진행한 정기공연에서는 바이올린 협연을 했다.

학교뿐만 아니라 구리병원에서도 음악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병원에서의 음악활동이 궁금하다.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저녁시간에 공연을 연다. 병원에서 활동하는 팀명도 ‘키론 앙상블’이다. 처음에 같이 공연하려고 모였던 사람들은 현재 거의 다 떠나고, 지금까지 남은 3명이 6년째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입원 환자들이 저녁식사를 하고 심심할 시간에 오며가며 관람할 수 있도록 로비에서 공연을 진행한다. 악기소리를 처음 들어본다며 신기하다는 사람도 있고, 이런 공연 생전 못 보고 죽을 뻔했다고 말하는 환자도 있다. 병원을 찾아오는 사람 중에는 다문화가정 사람들도 많고 집안이 어려운 분도 있다. 돈이 없어 치료나 검사를 못 받는 사람에게는 무료로 진료를 해주기도 한다. 음악적으로도 그렇고, 인간과 인간이 감정을 주고받는 일은 기분 좋은 일이다. 모두를 즐겁게 만드는 것. 그것이 음악의 본질이 아니겠는가.

얼마 전 책 ‘필하모니아의 사계’를 출판했다. 책 소개를 부탁한다.

오재원 교수의 바이올린 연주한양의료원 소식지 '사랑을 실천하는 병원'에 처음 음악 관련 글을 올렸던 것이 인연이 돼 ‘의사신문’에 매주 글을 기고하게 됐다. 2년 정도 글을 쓰니 팬도 많이 생겼다.(웃음) 신문에 썼던 글들을 모아 책을 출판하게 됐다. 비전문가 입장에서 쉽게 쓰려고 노력했다. 나도 음악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느낄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음악가의 이야기와 곡 창작에 얽힌 비화 등 쉽고 재미있게 내용을 구성했다. 비전문가가 베토벤이 작곡한 전원 교향곡을 들으면 단순히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음악이겠거니 하고 여긴다. 전원 교향곡을 쓸 때 베토벤은 귀가 먼 상태였다. 누구와도 대화를 하지 못하는데, 오로지 자연만이 그와 대화할 수 있었기에 자연과의 대화를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다. 곡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알게 되면 그 곡이 친근해진다. 우리는 대중가요를 들으면서 음악을 학문적으로 분석하지 않는다. 즐길 뿐이다. 어려워 보이는 클래식도 그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접근하면 된다.

음악활동을 이어오던 중 특별히 기억나는 사연이 있을 것 같다.

미국 유학시절이었다. 동양인인 나는 권위적인 미국 의사들 사이에서 항상 무시당했다. 외로이 유학생활을 이어가던 중, 우연히 그 병원에서 운영하던 오케스트라 단원 면접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다. 의사 가운을 벗으니 서로의 인간적인 모습이 보이더라. 음악을 통해 서로의 내면을 볼 수 있었다. 그 이후 그쪽 사람들과 함께 공연도 하면서 즐겁게 유학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본인에게 ‘클래식’이란 어떤 의미인가?

인간에게 예술은 청량제다. 인생을 살다보면 많은 시련을 겪게 된다. 중심이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시련들을 헤쳐 나가기란 쉽지 않다. 예술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준다. 나에게 클래식이란 그런 의미에서 ‘약’이다. 보약보다 더 좋은 약이다. 클래식을 듣고 있으면 어지럽던 머릿속이 차분히 정리된다. 클래식처럼 조용한 음악이 집중력을 키워준다고 의학적으로도 검증됐다. 집과 사무실에서 작업을 할 때는 항상 클래식을 틀어놓고 있어야 몰입이 잘된다. 조용하면 오히려 잠이 온다.(웃음)

앞으로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병원 공연 현장의 오재원 교수작곡가 비발디는 신부였다. 천식이 심해 신부로서의 업무에 충실하지 못하니 교단은 그에게 고아원 원장을 시켰다. 그는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 모두에게 악기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곡을 쉽게 쓸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아주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까지 다양하다. 내 전공은 소아과다. 비발디처럼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웅장한 공연은 바라지 않는다. 환자들하고 함께 교감할 수 있는 공연이 내가 계속 진행하고 싶은 일이다. 음악관련 글도 계속 쓰고 싶다. 책을 출판하면서 나도 느끼고 배운 점이 많았다. 기회가 되면 ‘필하모니아의 사계’ 2권도 만들고 싶다.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인생을 멋있게 살았으면 좋겠다. 화려하게 뽐내며 사는 것보다 죽기 전에 부끄럽지 않고 재미있게 살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이 멋진 인생을 산 것이다. 행복을 인생의 목표로 삼지 않았으면 좋겠다. ‘난 반드시 행복해야 해’하고 집착하면 행복하기 힘들다. 불행과 좌절도 인생의 한 부분이다. 불행하다고 해서 인생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힘든 시기도 떳떳하게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면, 진정한 행복이 찾아온다.
 


이준흠 학생기자 dlwnsgma1@hanyang.ac.kr

20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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