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 환경이 변하면서 종합병원들 간 경쟁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최첨단 의료시설을 갖춰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연구 활동을 통한 의료기술 개발 역시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본교 의료원도 최근 유수 병원들과 의료협약을 맺고, 최첨단 의료 로봇을 도입하는 등 새 도약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병로(의대·안과) 교수도 본교 의료원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실었다. 최근 그가 개발한 수술법이 국제적 안과 학술지에 개제되는 등 세계무대에 한양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는 것. 이 교수가 말하는 본교 의료원의 발전 방향을 들어봤다. 실용성 높은 수술법, 세계무대서 인정받다 지난 9월, 이 교수가 개발한 망막유리체에 대한 수술법이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유럽망막회의 유리체수술 학술대회에 소개됐다. 이후 이 수술법은 국제 유명 안과 학술지인 ‘레티나(Retina)’에 실렸으며, 미국 마우이에서 열린 미국 망막회의에서 ‘레트 버클러(Rhett Buckler)’ 상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 앞에는 모두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여졌다. 지난 10월 열린 제 100회 대한안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최우수학술상을 거머쥐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사실 한국의 수술 수준이 상당히 높습니다. 그동안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죠.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의 높은 수준을 알리게 돼서 기쁩니다. 게다가 ‘한양’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게 더 자랑스러워요. 본교 의료원의 위상을 더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 교수가 개발한 수술법이 이토록 주목받는 이유는 높은 실용성 때문이다. 이전 수술법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비교적 쉬운 수술법이기 때문에 활용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의미다. 최근 망막 수술은 ‘무봉합 수술법’을 추구하는 추세였다. 망막에 미세한 관을 연결해 수술을 하면 따로 봉합을 하지 않아도 상처가 남지 않는다는 원리다. 예전에는 수술 후 봉합을 하면서 생긴 상처 때문에 문제가 된 경우가 많았다. 이에 무봉합 수술법이 개발된 것이다. 하지만 무봉합 수술에도 문제가 있었다. 미세한 구멍이지만 그 구멍을 통해 균이 침투하거나 내용물이 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제가 개발한 수술법은 무봉합 수술의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입니다. 수술 당일에 상처를 살짝 덮어 아물게 도와주고, 다음날에 풀어주는 식이죠. 결국 봉합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봉합을 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겁니다. 그동안 무봉합 수술의 단점을 극복하려는 다양한 연구 결과가 나왔지만 효과적인 게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 기술은 실용성이 아주 높기 때문에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학창시절부터 사진 좋아해 안과 선택” 이 교수는 이 수술법을 영상 자료로 만들어 발표했다. 이 영상물로 그는 미국과 한국 학회에서 각각 우수 학술상을 수상했다. 안과는 수술이 많은 분야이기 때문에 치료에도 영상 장비가 많이 사용된다. 평소에 이 교수가 영상에 익숙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교수는 오래 전부터 사진에 관심이 많아 사진기를 많이 다뤘는데, 이러한 경험이 영상을 다루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사실 대학 시설 사진 동아리를 했습니다. 의과대학 내에도 사진 동아리가 있었지만, 저는 중앙 동아리에 가입했어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죠. 그 동아리에 의대생이 들어간 게 제가 최초였어요. 아쉽게도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활발히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안과에서 검사나 수술 등을 할 때 영상 장비를 다뤄야 하는데, 사진을 다룬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 교수가 안과를 선택한 이유도 사진과 관련이 있다. 사진 동아리에 속해 있었던 이 교수는 학생 때부터 안과를 선택하려 했다고 한다. 그는 사진기와 인간의 눈의 원리가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사진을 하는 것과 안과에서 치료를 하는 것은 유사한 부분이 많다고 그는 설명했다. 자신이 주로 담당하는 망막은 사진기의 필름에 해당한다고. “안과를 선택한 데에는 여러 가지가 이유가 있는데, 그 중 사진을 좋아한다는 점도 있었어요. 하지만 당시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학업과 사진을 병행하기 어려웠어요. 전문적인 작품 활동을 하고 싶었는데, 너무 바빠서 불가능했던 거죠. 그래서 조금 아쉬운 점도 있어요. 다시 대학 시절로 돌아간다면 사진을 좀 더 전문적으로 하고 싶습니다. 물론 당시에 열심히 공부한 덕에 지금 안과의를 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굉장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의대 힘 모아 한양의 위상 되찾아야” 이 교수는 수업시간에도 학생들에게 영상 자료를 많이 보여주려 노력한다고 한다. 안과는 임상의학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직접 경험하고 느끼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영상 자료를 보여준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사실 수업을 진행해보면 암기 위주로 빠지기 쉬운데, 영상 자료는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게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제가 학생일 때도 암기해야 하는 부분이 굉장히 많았어요. 하지만 안과가 특히 환자를 많이 접해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책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죠. 그래서 학생들이 환자를 진찰하는 업무와 관련해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학생들이 의사가 된 후 환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 교수가 강조하는 것은 간단하다. 그는 환자를 가족처럼 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환자를 대하다 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데, 그들을 가족이나 친구처럼 생각해야 자연스럽게 어려운 점이 해결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지론이다. 의과대학 안과 주임교수이기도 한 이 교수가 이처럼 실질적인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사실 최근 본교 의료원의 위상이 위축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제 다시 예전의 위상을 찾아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이번 제 수상도 이런 면에서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학생들도 학업에 열중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죠. 의과대학 소속 구성원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합니다. 제 수상을 계기로 본교에 저보다 유능하신 분들이 더 많이 알려지길 바랍니다.” | |
글 : 나원식 취재팀장 setisoul@hanyang.ac.kr 사진 : 권순범 사진기자 pinull@hanyang.ac.kr
2008-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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