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닫기
목록
‘서울역 노숙인 진료소 학생모임’ 회장 성민제(의대·의학 1) 군
조회 3498 2016-02-17 11:13:46

노숙인 단체들에선 해마다 각종 질병과 사고로 거리에서 숨지는 노숙인이 3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노숙인들의 죽음은 더 이상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그들의 죽음이 신문 지면의 1단을 차지하는 ‘영광’을 얻는 것은 철도 공안에게 맞아 죽었거나, 지하철역 대합실에 설치된 방화 셔터에 깔려 죽었을 때뿐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이들의 신체적 질병에는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수급권자에서 제외돼 치료받을 수조차 없다. 하지만 여기 노숙인들을 위해 10년째 무료 진료 봉사활동을 펴고 있는 의대생들의 모임이 알려져 따뜻한 감동을 전해 주고 있다. 이번주 위클리한양에서는 ‘서울역 노숙인 진료소 학생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성민제(의대·의학 1) 군을 만나봤다.

‘서울역 노숙인 진료소 학생모임’에 대해 설명해 달라

IMF로 노숙인들이 급증했던 1998년 ‘인도주의실천 의사협의회’와 각 대학 의학과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을지로역에 노숙인을 위한 무료진료소를 설치하고 진료를 시작했다. 그러다 2000년 노숙인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서울역으로 진료소를 옮겨와 현재까지 무료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때부터 모임의 이름이 만들어졌고, 상담·예진예비진료·본진·투약 등의 체계가 갖춰지기 시작했다. 현재 등록된 의과대 학생 회원은 250여 명 정도이며 작년부터 회장을 맡고 있다.

많은 봉사활동 중에서도 노숙인 진료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현재 많은 사람들이 봉사활동을 하지만 봉사활동도 비교적 편하고 쉬운 곳으로 봉사자가 몰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역 노숙인 진료소 학생모임’에 참여하는 의대생들이 날이 갈수록 줄어 걱정이다. 노숙인은 소외된 계층 중에서도 소외된 이들이다.

봉사초기에는 나도 노숙인들 곁에 다가가기조차 힘들었고 말도 못 걸었다. 단순히 의무감으로 시작했던 일이었지만, 시간이 흐른 뒤 용기를 내어 노숙인들에게 먼저 다가섰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일에 애정을 갖게 된 것 같다. 특히 진료가 끝나고 노숙인들이 약을 받아갈 때 ‘고맙다’고 말하는 그들의 웃음에서 이 봉사활동의 의미를 찾고있다.

주로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

대학생들은 간단한 상담이나 예진, 투약 등을 담당하고 더 전문적인 진료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서 봉사활동 나온 선배 의사들이 맡고 있다. 노숙인들은 비위생적인 환경과 올바른 식습관 등이 이루어지지 않아 많은 질병에 시달린다. 특히 지하도 찬 바닥에서 잠을 청하는 노숙인들이기에 감기·소화장애·당뇨·혈압 등 내과계통의 환자들이 가장 많다. 서울역에서는 노숙인들 사이에 자리싸움이 심하기 때문에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 신발도 제대로 못 벗고 생활하는 이들이 많다. 때문에 발에 질병이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자리를 빼앗길까봐 치료도 제대로 받지 않고 약만 받아가는 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특히 노숙인들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아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고 약을 복용해야 하지만, 노숙인들은 아픔이 심해지면 한 번씩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약과 술을 함께 먹는 노숙인이 많기 때문에 치료에 어려움이 많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 한 가지를 꼽는다면

한 노숙인 할아버지는 자신도 노숙생활을 하면서 다른 노숙인들을 위해 거의 매주 우리를 찾아와 도와준다. 자신도 눈이 잘 안보이고 당뇨로 고생하지만 우리들 곁에서 짐도 날라주고 이것저것 궂은일을 도맡아한다. 흔히들 노숙인들하면 색안경을 끼고 안 좋은 눈으로 바라보지만 알고보면 우리와 같은 인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술을 먹고 오는 노숙인들도 있는데 진료소에서 이런저런 하소연을 한다. 아픈 곳이 없음에도 평소 진료소를 찾아와 봉사자들에게 ‘본인이 잘 나갔을 적’ 이야기를 해주는 분들도 많다. 노숙인들이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때문에 노숙인들이 다시 도약할 수 있도록 기점을 만들어 줄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노숙인들의 사회복귀를 위한 기반마련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낳은 노숙인 문제를 올바로 바라봐야한다.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다

의료기술이 좋아 환자들의 병을 많이 고쳐주는 의사가 좋은 의사일 수도 있고, 소외된 계층을 찾아다니며 의술을 펼치는 의사가 좋은 의사일 수도 있다. 물론 앞으로 좋은 의사가 되어야겠지만 ‘좋은 의사’의 정의를 내리기는 아직 어렵다. 때문에 지금은 노숙인 진료소에서 맡은 바를 다 할 생각이고, 소득이 어느 정도 있어 의료지원을 못 받는 차상위계층에도 도움을 주고 싶다. 의사가 된 뒤에는 경력을 쌓아 아프리카 등지를 찾아다니며 아픈 이들의 병을 치료해주고 싶다. 하지만 의료기술이 뛰어나야 국제의료봉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공부에도 충실해야 할 것 같다(웃음).


글 : 박슬기 학생기자 tmfrl13@hanyang.ac.kr
사진 : 김기현 사진기자 azure82@hanyang.ac.kr

2007-02-1 

    QUICK MENU SERVICE
    전체메뉴 전체메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