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한 한일 간 원격의료가 실시돼 화제다. 지난 8일, 서울병원에서 실시된 담낭 절제 수술이 실시간으로 일본 큐슈대학병원에 중계됐다. 디지털 캠코더와 같은 고화질의 화면을 통해 수술 과정을 지켜보던 본교 및 큐슈대학 병원의 의료진들은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며 의견을 교환했다. 이번 원격의료의 가장 큰 장점은 수술을 집도하는 의료진과 원격팀간의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것. 지금까지 의료 교류가 수술 장면이 녹화된 영상자료 등을 교환하는 수준에 그쳤던 현실을 감안할 때, 구리병원 함준수(의대·내과학교실) 교수팀과 큐슈대학병원 슈지 시미주(Shuji Shimizu) 교수팀에 의해 실현된 이번 원격의료는 한일 양국 간 의료 교류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번 행사에는 무엇보다 디지털 비디오 전송 시스템(DVTS)의 역할이 컸다. 원격의료 교류를 위해서는 고속, 고화질, 다채널 화상전송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존의 화상회의 및 화상전화 시스템에서 주로 사용하던 ISDN은 속도가 느리고 화질이 떨어져 원격의료에 적합하지 않았다. 반면 이번 행사에 사용된 DVTS를 통해서는 실시간 30Mbps급 고화질 전송이 가능했다. 한일 해저케이블을 이용해 한국의 초고속선도망과 일본의 초고속 연구개발망을 연결해 수술 장면을 전송하고 의료정보를 교환할 수 있었던 것. 이번 원격의료에 앞서 지난 2월에는 DVTS를 이용한 큐슈대학 의료진과의 화상회의도 진행됐다. DVTS를 이용한 원격의료의 기술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본교 전기정보통신기술연구소에서는 지난 8월, 한일 간 모형자동차 경주 행사를 열기도 했다. 한국의 어린이가 모형 자동차의 앞뒤에 붙은 카메라를 통해 일본에 있는 트랙을 보면서 모형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게 한 것. 전기정보통신기술연구소장 박용진(공대·전전컴) 교수는 "DVTS를 통해 기존의 시스템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고화질을 전송할 수 있다"며 "디지털 캠코더 수준의 현재 화질을 HD TV급으로 업그레이드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전기정보통신기술연구소에서는 컴퓨터 한 대로 한 화면만을 전송할 수 있는 지금의 수준을 발전시켜 컴퓨터 한 대로 세 화면을 전송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원격의료는 화상회의나 수술장면 전송 및 의료정보 교환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적용된다. 기존의 의료정보시스템은 병원별로 운영되어 왔다. 그래서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고자 하는 경우 다른 병원에 신상 정보를 다시 제출하거나 각종 검사를 반복하는 등 여러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러나 원격의료를 이용하면 통합된 의료정보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어 그러한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먼 곳에 있는 병원에 직접 가지 않고 화상으로 의사의 처방을 받을 수도 있다. 물리적 거리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어 교통비나 숙박비 등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도 원격의료의 장점이다. 한편 오는 30일에는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10시간 동안 DVTS를 통한 비뇨기과 수술 전송이 있을 예정이다. 또한 11월에는 일본 의사와 간호사들이 한국에 와서 세미나를 가질 계획이다. 구리병원장 함준수(의대·내과학교실) 교수는 "이전까지 화상회의를 하려면 중계차 등의 여러 설비가 필요했던 반면, 이제는 전화 한 통화만 하면 컴퓨터 한 대만 사용해 간편하게 고화질의 화면을 이용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다양한 분야에 원격의료를 적극 활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신버들 학생기자 pleureur@ihanyang.ac.kr |
2003-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