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노숙자의 천국이라 알려진 서울역. 요즘 같은 날씨에 서울역 지하보도를 걸어보면 그야말로 '찜통'이라는 말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그러나 찜통 속과도 같은 서울역 지하보도(대우빌딩-서울역 사이 지하보도) 안에서 노숙자를 위한 무료 진료소(이하 서울역 진료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니 '더위'에 대한 푸념이 온데 간데 없다. 의과대학 봉사동아리 '자유의사(Free will)' 회원들이다. '자유의사'는 지난 1992년 창립되어 원진 레이온 노동자 무료진료로 그 활동을 시작했다. 평소 보건 의료 문제와 이에 관련된 사회 문제를 연구하며, 의료 소외 계층에 대해 고민해 온 의학도들이 뭉쳐 만든 '자유의사'. 현재 45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세미나 및 진료소 운동을 통해 사회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작업들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회장을 맡고 있는 최지영(의대·의학2) 양은 "현재 자유의사는 서울역 진료소와 자양동 진료소를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자양동 진료소는 인근의 생활보호 대상자 및 저소득계층, 독거노인 등을 대상으로 하고, 서울역 진료소는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한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역 진료소의 무료 진료활동은 지난 1998년에 시작됐다. 이는 서울지역 4개 의대 진료소와 인도주의 실천의사 협의회(이하 인의협)가 공동으로 시작한 것으로 당시 진료소는 을지로에 위치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노숙자들을 위해 서울역으로 장소를 이전했으며 매주 금요일 오후 7시에서 10시까지 활동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인의협으로부터 약값과 각종 물품을 지원 받아 인의협 소속 의사 2명이 진료를 맡고 평균 4-5명의 자유의사 학생들이 파견되어 진료를 돕고, 약을 나눠주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서울역 파견 봉사에 참여하고 있는 김승준(의대·의예2) 군은 "봉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힘들고 어렵게만 생각하는 것 같다. 학과 시간을 쪼개어 활동하는 생활이 바쁘긴 하지만, 내겐 참 즐겁고 값진 경험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 군은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의료 소외 계층에 대한 문제가 심각해 이에 따른 정부의 제도적, 경제적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며 "학교를 졸업하고 의사가 되어도 자유의사를 통해 봉사활동을 계속할 생각이다"라고 굳은 의지를 피력했다. 김 군과 함께 활동하는 한 회원은 "늘 부족한 약값에 허덕이는 예산 문제나, 노숙자라는 환자들의 특성이 봉사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며 "어떤 분들은 약을 나눠주는 곳에서 진료 없이 무작정 약만 달라고 우기시기도 하고, 약을 주지 않는 다고 몸싸움을 벌이시기도 한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최 양은 "4년 내내 줄어들지 않는 노숙자의 수와 조금도 개선되지 않는 그들의 생활을 보면 가끔 '우리가 하는 일의 의미가 제한될 수밖에 없지 않는가?'하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 그러나 노숙자들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도 예전보다는 많이 개선됐고, 아픈 사람들 돕는 것이 우리의 당연한 의무라는 생각에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1999년에 시작된 자양동 무료 진료는 자양동 조계종 사회복지관에서 격주 토요일에 진행되고 있다. 이미 3년여 째 계속되어 온 터라 매번 고정적으로 이들에게 진료 받는 주민만도 20여명이 넘는다. 무료 진료활동 담당자 남윤용(자양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씨는 "우리 복지관에서는 독거노인들을 위해 중식과 무료 내과진료를 제공하는데, 등록인원이 350여명에 이른다"라며 "이 어르신들이 모두 한 번쯤은 '자유의사'의 무료 진료를 경험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병원에 혼자 갈 수 없는 분들, 약을 살 경제적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분들이 자유의사의 진료에 매우 만족스러워 하고 계신다"라고 말했다. 자양동 진료소에서는 자유의사 출신의 의사가 고혈압, 당뇨, 관절염 및 각종 퇴행성 질환 등의 내과적 질환을 진료하며, 자유의사 재학생 회원이 매회 6명 정도 참여한다. 진료시간은 매월 둘째, 넷째 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다. 자유의사 회원들은 현재 새로운 진료소를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지금까지 진료소를 운영해 온 지역의 환경이 많이 발전했고 봉사활동 참가 학생수가 늘어난 상황을 고려할 때, 새로운 봉사의 터전이 필요하다는 합의에 이르게 된 것. 자유의사의 한 회원은 "진료봉사라는 단일 테마로 인해 활동이 관성화되는 것을 경계하고자 MT 대신 봉사활동 워크숍을 계획하고 있다. 이 워크숍을 통해 그 동안의 활동들을 점검하고 복지관 변경과 방중 활동 분야를 논의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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