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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생명을 만드는 휘망의 병동 `조혈모세포 이식센터`
조회 2300 2016-02-16 23:22:32
 
 

한양의료원의 맨 윗층인 21층에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의사와 환자 그리고 가족들로 붐비는 다른 층과는 달리 인적이 드문 21층은 유난히 조용해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이곳은 바로 올해 1월에 개소한 조혈모세포 이식센터(소장 혈종내과 김인순 교수)가 위치한 곳이다.

복도를 지나 이식센터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백의의 천사'라는 간호사들의 복장이 예사롭지 않았다. 수술복으로 알려진 녹색 가운에 마스크와 모자를 쓴 간호사들의 모습에서 이 곳이 일반 병동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혈모세포 이식은 매우 깨끗하고, 청정한 환경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세균이나 먼지가 있으면 안되기 때문에 청정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박미라 수간호사의 말이다.
  이식센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의사들도 반도체 공장에서나 볼 수 있는 클린복을 착용해야 하며 에어 샤워기에서 10초간 머물러야 한다. 현재 3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는 이식센터는 마치 외부와 차단된 수도원같이 적요한 분위기지만 그 안에서는 환자들과 진료진이 병마와의 사투를 벌이는 공간이기도 하다.

조혈모세포 이식센터는 올 1월 11일에 정식으로 개소식을 가지고 본격적인 진료에 들어갔지만 실제로는 지난해 여름부터 환자들을 치료해왔다. 첫번째 환자로 입원했던 신현후 씨(58)가 지난해 8월 이식 수술을 받은 이래로 지금까지 10명의 환자가 거쳐갔다. 신현후 씨는 완치 판정을 받은 후 올 1월 병원을 찾아 진료진과 조촐한 축하모임을 가지기도 했다.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이 때만큼 보람있고 행복한 순간이 또 있을까.
  "다른 병동의 환자들과 달리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을 받는 환자들은 입원기간이 길어서 보통 한두달 정도 걸립니다. 그래서 환자와 보호자들과 친밀해질 수 밖에 없는데 퇴원하신 분들도 자주 전화를 걸어오기도 합니다" 윤이화 간호사는 이러한 점들 때문에 힘든 간호업무에도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고 말한다.

 

   

현재 조혈모세포 이식센터에는 3명의 의사와 6명의 간호사가 근무하고 있다. 소장인 김인순 교수를 비롯 이영열 교수, 최일영 교수가 충분한 임상경험과 해외 활동을 바탕으로 전력을 다해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으며 전문 지식을 갖춘 6명의 간호사가 몸과 마음을 다해 환자들의 간호에 애쓰고 있다.
 

"사람들에게 흔히 골수이식으로 알려져 있는 조혈모세포 이식은 일종의 기관 이식으로서 혈액을 생성하는 골수, 말초혈액 혹은 제대혈에서 정상 조혈모세포를 채취하여 각종 혈액 및 종양질환 환자의 말초혈액에 투여하는 시술을 말합니다"
  이영열 교수는 조혈모세포 이식이 항암요법 등 약물에 반응이 없고 반응을 하더라도 재발하는 경우 완치 목적으로 시행한다고 설명한다. 

조혈모세포를 골수에서 채취하는 것을 골수이식, 말초혈액에서 채취하는 경우를 말초혈액 조혈모세포 이식, 제대혈에서 채취하는 경우를 제대혈 조혈모세포 이식이라고 부르나 최근에는 이 모두를 조혈모세포 이식으로 칭하는 경향이라고 한다.
  조혈모세포 이식에는 건강한 사람의 조혈모세포를 제공받는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과 환자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냉동 보관시켰다가 강력한 항암 치료를 받은 후 조혈모세포를 녹여서 사용하는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 교수는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은 동종 골수이식과 달리 합병증이 적어 고령의 환자에게도 적용이 가능한 비교적 안전한 시술법입니다. 또한 말초혈액을 이용한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이 점차 증가 일로에 있어 동종 골수이식을 대체할 것으로 봅니다. 저희 센터는 현재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을 확대할 계획으로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조혈모세포 이식센터는 '조혈모세포 분리기' 등 최첨단 장비를 완비하고, 1,2,4인용 병실에 총 10개의 병상을 갖추고 있다. 특히 1인용 무균실은 class100(1ft3의 공간에 0.3 마이크론 이하의 먼지나 미생물이 100개 이하)의 공기 청정도를 자랑한다. 이러한 시설은 골수이식의 위험도가 높은 환자들이 안심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식센터는 최소한의 약물처방과 최적의 치료를 통해 시술료를 낮춰 다른 병원과 비교해 전반적인 비용이 저렴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류마티스병원과 연계해 류마티스질환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의 치료와 연구에도 전념하여 다른 병원과 차별화된 센터운영을 해나갈 계획도 가지고 있다.
  "조혈모세포 이식은 앞으로 유전자 치료법에 응용되어 현재 치료 불가능한 난치질환에 밝은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식센터를 보다 활성화시켜서 임상 뿐만 아니라 연구에도 더욱 노력할 생각입니다" 이영열 교수는 진료진을 보강하고, 행정적 뒷받침이 보다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면 이식센터가 한국의 대표적인 조혈모세포 이식센터로 자리잡을 것으로 확신한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환자 간호를 위한 준비를 마친 윤이화 간호사가 들어선 병실은 중환자가 입원해 있었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대화마저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윤 간호사는 환자의 눈높이로 자신을 낮추고, 환자의 마음까지도 읽어내는 듯 했다. 마치 환자의 고통까지도 같이 느끼겠다는 듯이.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요. 중환자가 입원하면 힘들어요. 하지만 환자들이 병을 이겨내고, 완치됐을 때의 기쁨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환자들이 완치 판정을 받는 날을 D-Day라고 부릅니다. 꺼져가던 생명이 새로운 생명을 얻는 것이지요. 이 곳을 거쳐간 분들은 생일이 두개인 셈입니다. 조혈모세포 이식센터는 새로운 인생을 만드는 곳, 희망을 주는 곳입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이곳을 '행복한 병동'이라고 부르지요" 윤이화 간호사는 말 그대로 '천사'의 심성을 가진 나이팅게일의 후예였다.
   클린복을 벗고 이식센터의 문을 열고 나와 다시 엘리베이터에 섰다. 언제 다시 이곳을 찾을 일이 있을까하는 생각과 함께 병마와 싸우는 환자들도 조혈모세포 이식센터의 시술로 새로운 생명을 찾아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귀가하는 상상을 해본다. 그 행복한 상상을 하며 다시 지상으로 내려왔다. 세상이 잠시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새로운 생명을 만드는 곳, 희망을 주는 병동. 그곳은 조혈모세포 이식센터이다.

 

 200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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