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나서면 늘씬하고 예쁜 미녀들과, 키 크고 마른 남성들로 가득하다. 예능 프로그램에는 몸매 좋은 트레이너가 나와 시청자들을 위해 효과적인 운동법을 소개한다. 여자 연예인들은 45kg의 몸무게를 고수하고, 수능이 끝난 여학생들은 하나같이 다이어트에 여념이 없다. 우리나라에는 마르고 날씬한 사람들로 가득한 걸까? 그렇지 않다. 다이어트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과는 반대로, 우리나라 성인의 3명 중 1명이 비만이다. 표준 몸무게에서 벗어난 이들은 설 자리가 없다. 따가운 시선에 꼭꼭 숨어버린 비만 환자들을 돕기 위해, 우리대학 의대가 나섰다.
비만이 늘고 있다
비만이 현대인을 위협하는 질병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한민국 성인 3명 중 1명이 비만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10월 발표한 '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남녀의 에너지 섭취량은 매년 거의 유사하지만 일일 지방 섭취량은 지난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나트륨을 목표섭취량 이상 섭취하는 사람들의 비율 역시 80%를 웃돈다. 가장 위험한 것은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이다. 비만의 합병증은 심각한 수준이다. 당뇨병, 고혈압, 심부전증은 물론, 심한 경우 심장마비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비만이 질병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학적 조언과 기법을 통해 비만을 치유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우리대학 역시 지난 해부터 의과대학 교수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비만에 대한 논의를 나눈 끝에, 지난 9월 서울 병원 서관에 '맞춤형 비만치료센터'를 개설했다. 국내 비만 환자들의 치료를 돕고, 점점 증가하는 국내 비만 예방을 위한 선제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맞춤형 비만치료센터'에서는 이름에 걸맞은 맞춤형 치료를 특징으로 꼽는다. 비만은 이제 흔한 질병이지만, 환자마다 그 원인이 천차만별이며 그 증세 역시 다양하다. 잘못된 식습관, 지나친 스트레스와 음주, 운동 부족 및 영양 불균형 등 비만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만 개인에게 알맞은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다. 특히, 당뇨나 고혈압 등의 지병을 보유한 비만 환자라면 의사의 조언에 따른 체계적 식단 관리 및 격렬하지 않은 운동 선택이 요구된다. 그러나 현재 시행되는 병원 진료에서는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치료가 어려우며, 비만 환자들은 비만 치료를 위해 어느 부서에 찾아가야 하는지도 모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전문적인 비만 치료의 필요성을 느낀 우리대학 교수들이 힘을 모은 것이 ‘맞춤형 비만치료센터’다.
비만, 원인부터 치료까지 한 번에
비만으로 우리대학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맞춤형 비만치료센터'를 통해 체계적인 관리에 돌입한다. 사전 설문지를 통해 비만의 원인을 분석하고, 복부 비만 시티와 혈액 검사를 비롯한 정밀 종합 검진을 진행한다. 병원 내 각 부서를 찾지 않아도 환자의 특성에 따라 가정의학과, 외과, 내과, 소아과와 이비인후과 등 질병 치료에 필요한 부서의 도움을 한번에 받을 수 있다. 비만 치료 프로그램은 최소 1개월에서 최대 3개월까지 이어지며, 주1회씩 의사와 상담을 진행한다. 치료 후에도 향후 1년간은 추적 진료가 시행된다. 원한다면 환자 개인이 치료 기간을 선택할 수 있다. 상담과 진료 후 환자 개개인에 맞춘 식단이 정해지고, 운동 치료를 병행한 본격적인 관리에 돌입하게 된다. 또한, 식단 조절에 어려움이 있는 폭식증 환자들의 경우에는 의사의 진료 하에 식욕 억제제 등 약물 치료를 병행할 수도 있다.
센터장을 맡은 황환식 교수(의대 의학)는 "비만 환자들은 이미 개인의 의지로 살을 빼기 어렵다. 그들의 건강을 찾아주는 것 역시 의사의 의무"라면서, "잘못된 방법으로 살을 뺄 경우 살이 쳐지고, 몸에 무리가 가는 등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해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비만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환자들은 7종의 운동 측정을 통해 운동 능력을 파악하게 되고, 치료 기간 동안 '자기 관찰 일지' 및 '식사 일기' 등을 기록하게 된다. 비만 환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신체적 문제뿐만 아니라 그들을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이다. 황 교수는 비만 환자들이 겪는 심리적 위축과 소외감 역시 상담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길거리에서 뚱뚱한 사람들을 찾기 어려운 것은, 우리 사회가 비만 환자들에게 관대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집 밖으로 나와 움직이고, 운동하며 살을 빼기는커녕 계속 숨고 말아요. 비만이라고 해서 일상적인 사회 생활도 영위하기 힘들다면, 의사들이 손 내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비만 치료의 시금석
맞춤형 비만치료센터는 올해 11월 말까지 시범적으로 운영한 뒤, 이후 정식 운영을 본격화 할 예정이다. 지난 10월 23일 진행된 개소식에서 황 교수는 "비만은 의료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고 말하며, "의료진들이 힘을 합쳐 각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개소식에서는 성형외과 및 내과를 비롯한 병원 내 여섯 개 부서의 교수들이 진료 방향과 치료법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리대학 맞춤형 비만치료센터가 국내 비만 질병 치료의 시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 사진/조유미 기자
- lovelym2@hanyang.ac.kr
- 201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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