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가 훌쩍 넘는 찜통 같은 더위와 함께 휴가철이 시작됐다. 특히 더위를 피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로 워터파크가 성행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시원하게 물 속에서 더위를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곳. 그러나 워터파크를 다녀온 몇몇 사람들이 피부 문제로 고생 중이다. 많은 사람들이 찾고 이용하는 워터파크. 피부 문제를 최소화 하기 위한 방안을 고주연 교수(의대∙의학)에게 물었다.
워터파크로 인한 피부 문제 오해와 진실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워터파크의 수는 지난해보다 19곳이나 늘어 모두 81곳. 이렇게 워터파크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일부 워터파크에서 수질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여러 사람들이 피부병에 걸려 돌아온다는 말들이 많다.
워터파크의 수질 기준은 안전∙위생 기준에 따라 유리잔류염소(free residual chlorine, 遊離殘留鹽素) 농도, 수소이온농도, 탁도, 과망간산칼륨 소비량, 대장균 분포 등 세분화돼 있다. 하지만 점검이 기준을 따르지 않고 업체들에게 맡겨져 있을 뿐 제대로 감시∙감독이 되지 않는 상황. 이런 문제 때문에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홍천 오션월드, 용인 캐리비안베이, 덕산 리솜스파캐슬, 속초 설악워터피아 4곳의 물을 채수해 수질 분석을 했다. 검사 결과는 모두 적합.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생태연구팀 연구원은 "대형 워터파크들은 물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고, 최근 수질검사에서도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경우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에 고 교수는 "워터파크 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싼 워터파크보다 좀 더 값싼 워터파크를 이용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며 "아무래도 값이 싼 곳에서는 물값을 아끼려다 보니 수질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질 문제는 물을 자주 교체하지 않거나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다. 고 교수는 "오랜 시간 물을 교체하지 않으면 세균과 미생물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며 "이런 물속 세균들로 인해 피부질환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 속 세균 중 녹농균은 외이염, 중이염 등 귓병과 피부병을 발생시키며 피부발진이 나타났을 때 피부가 가렵고 울퉁불퉁해지며 짓무름이 생길 수 있다. 또한 물집이 생기거나 발가락 사이가 곪아 발등이 붓기도 하며 위로 점점 퍼지기도 한다. 심해지면 피부질환 뿐만 아니라 설사와 위장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이런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긁을 때 생긴 피부 상처 등을 통해 포도상구균, 이질균 등에도 감염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빨개진 피부에 물집이나 수포가 생기고 고름이 생긴다. 이 고름 속에 있는 박테리아가 다른 부위 피부로 번질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히 여름철은 습하고 온도가 높아 세균 감염이 일어나기 쉽다.
이 뿐만 아니라 물을 자주 교체하지 않아 소독약을 많이 쓰는 것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워터파크에서는 소독을 하기 위해 2~3가지 이상의 화학약품을 넣는데, 이 중 염소계소독제도 포함돼 있다. 염소계소독제는 살균 효과가 뛰어나지만 농도가 지나치면 피부가 자극을 받아 빨갛게 변하고 두드러기가 나는 등 피부 문제를 유발한다. 농도 높은 소독제와 사람의 땀, 선크림 등의 유기물질이 섞이면 발암물질인 소독 부산물 THM(트리할로메탄)이 발생되기 때문. 이에 고 교수는 "원래 피부질환이 있던 사람들이나 피부가 민감한 사람들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며 "정상적인 사람들은 깨끗한 물로 세척하면 큰 문제가 없지만, 피부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이용시간을 짧게 하거나 육안으로 봐도 더러운 물에는 들어가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워터파크 이용 후 생기는 피부질환, 도대체 왜?
그렇다면 수질관리가 제대로 이뤄지는 워터파크만 가면 안전할까. 그렇지는 않다. 평소 워터파크를 자주 이용한다는 고 교수는 "워터파크 이용 후 나타나는 피부 문제들은 물을 통해 발생하는 것 보다 그 외적인 것 때문에 더 많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는 곳이다 보니 사람들 간의 직접∙간접적인 접촉을 통해서도 피부병이 발생한다. 워터파크는 대부분 맨발로 이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물놀이 후 샤워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발을 닦는 수건을 무좀에 걸린 사람이 사용했을 경우 그 수건을 사용한 다른 사람이 무좀에 옮을 수 있다. 또한 물놀이 중 생긴 상처에 세균이 옮아 감염돼 상처가 더 심해지거나 피부병에 걸릴 수 있으며, 물 사마귀에 걸린 어린이가 다른 어린이들과 직접적인 접촉으로 인해 상대방 아이에게 감염시키기도 한다. 이런 것들은 꼭 워터파크 에서만 걸리는 질병들은 아니지만 특히 많은 사람들이 옷을 벗고 이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감염 기회가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피부염 뿐만 아니라 화상 또한 주의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피부가 그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선크림을 듬뿍 바르고 물놀이를 하거나 아예 긴 수영복을 입고 이용하기도 한다. 고 교수는 사람들이 이 부분에 대해 자세히 알고 대처해야 한다며 말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자외선 차단을 위해 선크림을 많이 사용하는데, 20~30분이면 물에 씻겨 내려가기 때문에 결국 물에 화학약품이 또 섞이는 것과 마찬가지일 뿐더러 자주 바르기도 귀찮아 살을 보호하는 데 적합하지 않죠. 그래서 몇몇 사람들은 긴 수영복을 입고 하루 종일 물놀이를 하는데, 이 또한 피부에 좋지 않습니다. 물에 젖은 옷이 오랜 시간 동안 피부에 닿아 있으면 피부질환이 발생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되도록이면 선크림은 얼굴과 목에만 바르고, 자외선 차단이 되는 겉옷을 입었다 벗을 수 있게 착용하는 것이 좋다.
내 피부는 내가 지킨다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인 만큼 워터파크를 이용하기 전 예방법, 대처법 등을 숙지하고 가는 것이 최선이다. 피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타인과 접촉을 최소화하고 슬리퍼나 수건 등은 개인용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한 풀장 안에서 장시간 물놀이를 하는 것 보다 되도록이면 여러 풀장을 번갈아 이용하도록 한다. 또 육안으로 보기에 지저분한 풀장은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은 있다. 물놀이 후 가려움증, 피부발진 등이 생겼다면 물로 깨끗이 세척하는 것이 중요하고 아이스 팩을 대주는 것이 좋다. 하지만 얼음을 직접 갖다 대면 오히려 피부 세포가 손상되기 때문에 미지근한 물에 적신 수건으로 얼음을 감싸 피부에 대는 것이 좋다.
화상을 입은 피부 또한 무조건 얼음 찜질을 해줘야 하며, 워터파크에 있는 상비약이나 가까운 약국에서 화상연고를 발라 빨리 대처해야 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얼굴이 그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앞에 창이 달린 모자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 때문에 목 뒤에 화상을 입는 경우도 많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목 뒤에까지 창이 있는 모자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물놀이를 다녀온 사람들 중 피부과를 찾는 가장 많은 이유가 피부화상이고 피부염이 뒤를 잇는다.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즐기기 위해 찾는 워터파크. 이곳에서 생기는 각종 피부 문제들에 대해 '바르게' 알고 대처한다면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다.
- 이진화 학생기자
- evol41@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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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유미 사진기자
- lovelym2@hanyang.ac.kr
- 2014-0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