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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의대, 화려한 부활
조회 6875 2016-02-18 05:54:22

1967년 문을 연 한양의대. 이후 전문 의료인 양성을 위해 꾸준히 힘써왔다. 이후 1970년에 한양의료원, 1991년에 구리병원을 열어 한국 의료계 발전과 국민건강증진에 이바지했다. 어느덧 한양의대 역사도 약 50년. 그간의 발전과 성과를 토대로 올해 의사국가고시 서울 및 수도권 1위, 루게릭병 치료제가 세계 최초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서 명실상부한 명문 의대의 위상을 다시금 알렸다.

2014년 의사국가고시 합격률 98.3%, 서울 및 수도권 1위

의과대학은 지난달에 실시된 2014년 제78회 의사국가고시(이하 국시)에서 합격률 98.3%를 기록했다. 서울 및 수도권 의과대학 중 합격률 1위의 성과다. 특히 응시자 121명(재학생 114명, 재수생 7명) 중 재학생 합격률 100%, 응시자 전원 실기시험 합격으로 한양의대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셈이다. 사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국시 합격률이 전국 평균보다 떨어지는 수준이었다. 전국 평균보다 점수가 높아지기 시작한 것은 2011년. 올해 합격률은 지난 8년 동안의 성적 중 가장 높은 성적이다. 의과대학 노영석 학장(의대∙피부)은 “작년 결과에 고삐를 늦추지 않고 계속 긴장한 보람이 있다”며 “서로 도와가며 열심히 노력한 학생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끈끈한 동료애가 만들어낸 기적

올해 국시 성과는 ‘동료애’가 만든 기적이다. 의과대학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5차례에 걸쳐 임상종합수기시험을 치른다. 시험 점수를 합산해 국시를 응시하기에 부족한 학생들을 유급시키기도 한다. 노 학장은 2014년도 78회 국시를 앞두고 학생들의 성적을 살펴보니 기대보다 성적이 좋지 않았다. 4차 시험을 치르고 났음에도 하위권 학생들의 성적은 변함이 없었다. 노 학장은 교수회의 끝에 임상종합수기시험 점수를 합산해 최하위 성적을 가진 학생 두 명을 유급시키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학생을 유급시킨 사례가 없었기에 충격적인 일이었다. 유급이 결정된 두 학생은 노 학장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며 부탁했다. 유급결정 번복에 앞서 노 학장은 두 학생을 만나보기로 했다. 그런데 유급이 결정된 학생뿐 만 아니라 다른 두 명의 학생이 찾아왔다. 의과대학 내 수석과 차석을 한 학생들이었다. 이 두 학생은 노 학장에게 어떻게 해서든지 공부를 도와 의사국시를 대비하도록 하겠다며 유급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네 학생은 국시를 위해 합숙 공부를 시작했다. 의과대학 교수들도 학생들을 방문해 밤늦도록 공부를 도우며 격려했다.

의사국시 합격자 발표가 있던 날, 예상치 못한 기적이 일어났다. 재학생 전원이 합격한 것. 유급이 결정됐던 두 학생도 물론이었다. 노 학장은 “포기하지 않고 공부한 끝에 좋은 결과를 낸 것이 기특하기도 하고, 학생들의 동료애를 보면서 마음 한 켠이 뜨거워졌다”고 말했다.

부활의 원동력, 뛰어난 임상실험실습 시설과 프로그램

의과대학이 4년 연속 국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교수진의 열정과 우수한 실습교육 체제 덕분이다. 실습교육 시설과 프로그램은 타 대학에서 보고 배워갈 정도다. 의과대학은 2012년 6월 국내 최초로 인터넷기반 평가시스템(Web-based feedback system)을 도입한 국내 최대규모의 임상실기교육센터를 개소했다. 다양한 시뮬레이션 장비를 도입해 실제 임상환경과 상황을 재연하는 영상을 통한 반복학습을 제공한다. 또 학생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임상수행평가와 시험평가를 치를 수 있다.

실습 프로그램은 크게 네 가지다. PDS(Patient Doctor Society), PBL(Problem Based Learning), CPX(Clinical Performance eXamination), 임상수기평가(OSCE, Obstructed Subjected Clinical Examination)다. PDS는 의사와 환자간의 의사소통을 연습하는 과정이다. ‘환자, 의사, 사회’ 수업으로 1학년 때부터 3학기에 거쳐 배우게 된다. PBL 프로그램은 한 환자의 병력을 두고 학생들이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한 명의 교수와 다수의 학생이 팀을 이뤄 진행한다. 교수는 환자의 증상과 병력에 대한 시나리오를 제시할 뿐 해결과정에 참여하지 않는다. 학생 스스로 적합한 진단과 치료 방법을 찾아가도록 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임상수기평가는 모의 진료상황을 설정해 학생이 모의 환자를 직접 진료하고 진단하며 환자에 따라 대처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대학은 인형을 실제 환자처럼 다룬다. 인형으로 만든 팔뚝에 주사를 놓거나, 응급수술이 필요한 환자 인형으로 수술상황을 체험한다. CPX는 3학년 이상의 학생이 직접 환자를 진료해 보는 실습과정이다. 모의환자를 20분간 진료하고 진단 대처, 해결하는 모습을 비디오로 녹화하여 교수가 평가한다. 실질적인 진료상황을 훈련시키는 과정이다. 노영석 학장은 “실습과정은 의사국시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라며 “의대의 발전을 위해 교수들의 연구환경 조성과 더불어 학생들 공부를 위한 시설 조성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국시 뿐 아니다. 대외 평가도 좋다. 우리대학 출신 의사들은 본원(한양대학의료원)뿐 만 아니라 다양한 병원에서 근무한다. 여러 대학 출신이 모여있는 병원의 경우, 우리대학 출신 의사를 선호한다는 분위기도 공공연하다. 성실함과 실력이 보장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부족한 점이라면 ‘애교심’. 타 대학의 의대동문회 활동에 비해 모교를 향한 애정과 활동이 아쉽다는 것. 노 학장은 “다른 대학에 비해 모교에 대한 애정이 적은 것이 사실”이라며 “졸업 후에도 모교의 발전을 위하고, 후학을 챙기는 마음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난치성신경계질환 세포치료센터, 세계 최초 루게릭병 세포치료제 개발

학생들의 성과 뿐 아니라 연구에도 힘쓰고 있다. 한양대병원 난치성 신경계질환 세포치료센터(이하 난치성 신경질환센터)는 2010년 보건복지부 병원특성화 사업에 선정되면서 개소했다. 치료방법이 없는 난치성 신경계질환에 대한 세포치료법을 연구하고, 확립해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난치성 신경계질환 중에서도 루게릭병, 파킨슨증후군, 저산소성 뇌손상, 뇌성마비를 주요 질환으로 정해 줄기세포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달 6일, 세계 의료계는 난치성신경질환센터를 주목했다. 4년 동안 진행한 연구 끝에 루게릭병(ALS;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줄기세포치료제 ‘HYNR-CS주’ 개발에 성공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이를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한 것. 루게릭병은 운동신경세포가 파괴되면서 전신근육의 진행성 마비와 위축이 생기는 병이다. 발병 후 3년에서 5년 사이에 폐 근육이 마비돼 사망에 이르는 심각한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공인된 루게릭병 치료제는 리루텍(Rilutek Tab.) 뿐. 이 약은 신경세포의 사멸을 억제하지만 만족할 만한 효과를 내지 못해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위해 전세계 의학계가 노력해 왔다.

난치성신경질환센터에서 개발한 HYNR-CS주가 루게릭병 치료를 위한 세포치료제가 임상시험을 종료한 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것은 세계 최초다. ‘HYNR-CS주’는 척수관에 투여하는 주사제로, 루게릭병 환자의 골수에서 배양한 줄기세포를 주성분으로 한다. 줄기세포는 면역과 염증을 억제해 신경세포가 소멸되는 것을 늦춘다. 환자의 골수에는 0.1%가 채 되지 않는 줄기세포가 들어있다. 골수를 채취해 약 한달 동안 줄기세포를 수 억 개 이상 배양해 낸 뒤 다시 환자의 척수관에 투약한다. 환자 본인의 골수에서 채취한 줄기세포기 때문에 면역거부반응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현재 난치성신경질환센터는 줄기세포 기능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약물치료를 더한 복합치료제를 연구해 임상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루게릭병 환자 가족의 줄기세포를 이용한 ‘동종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해 연구자 임상실험도 이뤄지고 있다. 루게릭병 환자의 줄기세포보다 건강한 사람의 줄기세포의 기능이 훨씬 우수하고, 건강한 사람 중에서도 가족의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날 확률도 낮아지는 점에 집중한 것이다. 난치성신경질환센터 김승현 센터장은 “현재 진행하는 연구에서 나아가 유도전능 줄기세포(iPS; induced Pluripotent Stem, 피부세포의 원시세포)를 이용한 치료제를 연구해 최종적으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과대학의 최근 성과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설립 이후 꾸준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학생과 교수, 의료원의 노력한 결과가 비로소 꽃 피운 셈이다. 좋은 의사로서, 좋은 의학자로서, 좋은 교육자로서 사람을 향하는 의대의 발걸음이야 말로 우리가 꿈꾸는 사랑의 ‘실천’이 아닐까.


 

제 민 학생기자
ashton17@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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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웅 부편집장
projw@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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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민 사진기자
marie91@hanyang.ac.kr

 


2014-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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