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족하지만 가지고 있는 의학지식을 다른 이들과 나누면, 그분들은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어 행복하고, 저희도 보람을 느껴서 행복해요. 작은 것이라도 서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의료 봉사의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대학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간호학과의 연합 의료 봉사 동아리 ‘자유의사(Free Will)’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이량훈 군(의대·의학 2)과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명규 군(의학전문대 2)의 의료 봉사를 왜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공통된 답이다. 의료 봉사를 통해 다른 이들의 아픔을 듣고 이를 보듬을 수 있는 의료인으로 성장하겠다는 이들의 이야기에 인터넷한양이 동행했다.
‘자유의사’란 어떤 활동을 하는 동아리인지 궁금하다. 어떤 동아리인지 소개 부탁한다.

김명규 군(이하 명규): 의학전문대학원과 의학과 그리고 간호학부가 의료 봉사를 위해 만든 연합동아리입니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했죠. 자유의사를 ‘Free Doctor’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는데, ‘Free Will’을 의미합니다. 히포크라테스가 말한 의료의 윤리적 지침인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이상의 서약을 나의 자유 의사로 나의 명예를 받들어 하노라’라는 구절로 마무리 됩니다. 여기서 따온 말이에요. 저희 동아리 역시 자유의사에 따라 봉사활동을 하자는 의미에서 자유의사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자율성이 짙고 순수의지에 따라 봉사를 하는 동아리입니다.
이량훈 군(이하 량훈): 저희 동아리 회원은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약 90여명의 재학생 회원들이 함께 정기적으로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의료 봉사를 위해서 전문의료인이 동행해야 하는데, 이 때 졸업하신 선배님들께 연락을 드려 함께 의료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자유의사에 따라 하는 봉사활동.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량훈: 3군데의 진료소와 연계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인도주의의사협회와 서울역근처의 ‘뚝방촌’이라는 지역에서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진료활동입니다. 노숙인들은 의료혜택의 음지에 있기 때문에 치료가 시급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들에게 진료부터 투약까지 돕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서울시의사회에서 주관하는 ‘외국인 노동자 진료소’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의료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병원에 가면 상당한 의료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진료와 멀어지게 되죠. 이들에게 의료의 장을 열어주기 위해 의료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영등포구 노인복지관과 연계한 ‘독거노인 방문치료’ 활동입니다. 병원에 가기 힘든 분들이라 저희가 직접 방문해 혈당, 혈압과 같은 기본적인 건강검진을 시행합니다. 예방차원에서의 진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명규: 아직 학생신분인 저희는 공부를 하고 있는 입장이라 법적으로 단독 진료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저희는 의료진 분들이 진료를 하기 전에, 대화를 나누며 기본적인 건강상태를 파악하는 예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세 진료소 모두 저희가 매주 1회씩 방문해 봉사활동을 진행합니다. 재학생 회원들이 자신의 스케줄을 고려해 방문이 가능한 진료소를 찾아가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대학생활은 인생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기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봉사’를 선택했다. 봉사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량훈: 책임감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서 봉사동아리를 선택하였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봉사라고 하면 정해진 시간에 주어진 일을 하고 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봉사에는 이런 의미도 있지만, 의료 봉사는 환자분들과의 ‘약속’이라는 개념이 전제되어 있어요. 환자들의 경우, 매주 자신들의 건강 상태를 점검해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는 거죠. 의료봉사를 나가는 것 자체가 환자분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환자분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죠. 매주 책임감을 느끼며 나가다 보니, 벌써 올해로 4년째 의료 봉사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의료 봉사를 통해 책임감뿐 아니라, 순수한 마음으로 환자를 바라보는 눈을 확실하게 배울 수 있습니다. 의료봉사는 영리 추구가 아닌, 순수한 마음으로 환자에게 다가 갈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죠. 정식으로 의사가 됐을 때, 의료봉사에 임하면서 가졌던 마음을 계속해서 떠올리려 합니다.
명규: 의대에 입학에서 의학을 공부하다 보면, ‘내가 똑똑해서, 내가 공부를 잘해서 의사가 된다’는 오만한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해보면 내가 잘난 것보다 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기에 의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로 시신을 기증해주시는 분들을 들 수 있죠. 그분들의 도움으로 저희가 실습을 하고 의학을 직접적으로 배울 수 있으니까요. 이러한 도움을 받아 배운 의학 지식을 다시 사회에 돌려주고 싶어 의료 봉사를 택했어요.
오랜 시간 동안 봉사활동을 하면 다양한 환자를 만났을 것.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었다면?
명규: 얼마 전에 뚝방촌으로 진료를 나갔을 때, 서있을 기력조차 없어 누워계시던 환자분이 계셨습니다. 본인은 자신이 어디가, 왜 아픈지도 모르고 계셨고요. 혈압을 재봤더니 고혈압이 의심될 정도로 굉장히 높았습니다. 그 때 저희가 발견을 해서 빨리 병원에 가실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어요. 아주 작은 도움이기도 하고, 아직 보잘것없는 지식이지만 그분께 실질적인 도움을 드렸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 올랐어요. 의료봉사는 그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의과대학은 학업이 어렵고 많아서 다른 활동을 병행하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만드는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인가?
명규: 제가 배운 의학 지식을 환원하기 위해 시작한 의료 봉사를 통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우는 거 같아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감사하기도 합니다. 의료 봉사를 통해서 환자의 감정을 헤아리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고 있는 중이에요. 의사가 되기 위해 전문적인 의료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와의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도 마찬가지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환자의 평소 생활습관을 이해해야 아픈 부분과 아픈 이유도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환원과 배움이 있어 아직도 봉사를 하러 간다는 생각에 설레고,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 보람찹니다. 이게 제가 2년 동안 계속해서 의료 봉사를 나가는 이유가 아닐까요(웃음)?
량훈: 저도 명규 군과 비슷한 ‘사회 환원’이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조금은 다릅니다. 제가 말씀 드리는 사회의 환원은 ‘도움은 돌고 돈다’는 거에요. 바로 오늘, 내가 봉사를 통해 베푼 도움이 언젠가는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돌아간다는 거에요. 나의 지인, 심지어 나의 부모님이 언젠가는 오늘 내가 했던 봉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거죠. 그래서 지금 제가 굴러가는 톱니바퀴의 한 일원으로 일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자유의사는 어떤 동아리로 나아갈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명규: 아직 동아리가 20년 밖에 안됐고 회원의 대다수가 재학생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의료봉사를 위해서는 전문의료진이 동행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의사가 잘 구해지지 않아서 쫓겨난 적도 있었어요. 나중에 저희가 의사가 됐을 때, 의료봉사에 의사로서 참여해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지금은 다른 단체와 함께 의료 봉사를 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자유의사’ 단독으로 진료소를 꾸려 의료봉사를 하는 것이 저와 자유의사의 꿈과 소망입니다.


- 홍윤지 학생기자
- yj091@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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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진 사진기자
- flowkj@hanyang.ac.kr
2013-0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