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종류의 기부가 있다. 그 중 자신의 전공 분야로 남을 도울 수 있다면 재능 기부의 의미는 더 커질 것이다. 한양의 많은 학우들은 자신의 전공을 살린 재능 기부에 앞장서고 있다. 캠퍼스에서 배운 지식으로 사랑을 전한다. 한양인이기에 가능한 특별한 기부, 그래서 더욱 따뜻한 이 나눔을 인터넷한양 뉴스팀이 취재했다. 봄바람보다 더욱 따스하고 향긋한 ‘기부바람’이 한양에 불고 있다.
응용미술교육학과의 특별한 나눔
성동구 왕십리 광장에 특별한 공중전화 부스가 설치됐다. 빨간 공중전화부스는 오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끈다. 낡은 공중전화부스가 산뜻한 도서관으로 재탄생했다. 지난 달 우리대학 서울캠퍼스 응용미술교육학과 학생 6명이 시린 손을 호호 불어 가며 공중전화부스를 꾸몄다. 공중전화부스가 도서관으로 변신한 것이다. 도서관의 이름은 ‘책뜨락’. ‘책 읽는 광장’이라는 뜻이다. 응용미술교육학과 학생들은 ‘독자의 마음에 지식의 뜰을 만들겠다’라는 의미를 담아 책뜨락을 꾸몄다. 도서관 안에 비치된 도서 200여 권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도서 대출 또한 시민 자율에 맡긴다.
이날 작업에 참여한 학우들은 신바란 양(사범대·응용미술교육 3)와 이정선, 이하연, 이채완, 황현서 그리고 허은미 양(사범대·응용미술교육 2)이었다. “’책뜨락’을 꾸민 날은 날씨가 제법 추웠어요. 오전 열 시에 시작한 작업이 오후 일곱 시가 다 되어서야 끝이 났지요. 추위에 고생하긴 했지만 완성된 전화부스를 보니 고단함도 사라졌어요. 우리 손으로 꾸민 이 작은 도서관 안에서 꿈을 키울 아이들을 생각하니 뿌듯했습니다.” 신 양은 밝게 웃으며 말했다.
함께 참여한 허은미 양(사범대·응용미술교육 2)도 덧붙였다. “모든 봉사가 아름답고 소중하지만, 이번 작업은 재능을 살린 봉사여서 더욱 의미가 있었어요. 남들이 아닌 바로 우리만이 할 수 있는 봉사였으니까요. 공중전화부스를 채색하는 경험은 우리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어요. 수업 시간에 배웠던 벽화와 윈도우페인팅 기술을 실제로 사용해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어요. 우리의 재능으로 누군가에게 예쁜 도서관을 선물할 수 있고, 또 우리들도 배울 수 있었으니 일석이조의 나눔인 셈이죠.”
‘책뜨락’을 시작으로 공중전화부스를 개조한 무인 도서관이 계속해서 설치될 예정이다. 우리대학 미술학도들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낡은 전화부스들 덕분에 올 봄 학생들의 일상은 조금 더 바빠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길 것이다. 왕십리 ‘날개 벽화’는 이미 유명한 포토스팟이다. “책뜨락”도 날개 벽화만큼 사랑 받는 명소가 되기를, 미술학도들은 소망한다.
의료봉사로 사랑을 전하다
자신의 전공을 살려 나눔을 실천하는 학우들이 또 있다. 바로 간호학과, 의학과 그리고 의학전문대학원 재학생들로 이뤄진 서울캠퍼스 의과대학 의료봉사동아리 ‘자유의사(Free Will)’이다. ‘자유의사’는 1993년 당시 의과대학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이 힘을 합쳐 서울역 노숙자들에게 무료 의료봉사를 하면서 탄생했다. ‘자유의사’는 현재도 꾸준히 지하철 역에서 거주하는 노숙자, 의료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노동자, 그리고 의료 시설이 낙후된 외딴 섬에 사는 거주민 등 도움이 필요한 곳은 어디든 달려가 무료 진료를 해오고 있다.
‘자유의사’의 회원은 제 1회 청년 슈바이처상 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울 전역을 누비며 무료진료활동을 펼치는 ‘자유의사’의 활약은 이미 유명하다. 동아리의 회장인 최대윤 군(의대·의학 2)은 가난한 환경으로 인해 병원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한다. 그의 이런 소망이 우리대학 의과대로, 그리고 의료봉사동아리로 그를 이끌었다. “’자유의사’는 자신의 자유로운 의지를 뜻해요. 우리는 자유 의지에 따라 봉사와 나눔 그리고 사랑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교수님과 졸업생 선배님들 그리고 재학생이 한 팀을 이뤄 진료를 봐요. 바쁜 스케줄에 시달려도 일요일이면 한자리에 모여 의료봉사를 합니다. 저 역시 졸업을 한 뒤에도 ‘자유의사’에서 계속 활동할 계획이에요.”
최 군은 ‘자유의사’를 통해 수줍음 많은 성격을 극복하고 환자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의료봉사동아리가 인기 있는 활동은 아니기에 힘든 일이다 보니 늘 신입생 모집에 고초를 겪곤 해요. 한번은 서울역의 노숙자 분을 진료할 때였어요. 결핵 환자였는데 진료를 보는 우리들도 겁이 났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혹시라도 우리의 표정이나 행동에 상처를 받으실 수 있으니까요. 또 여학우들의 경우는 종종 노숙자 아저씨들의 애정 표현에 당황하기도 해요. (웃음)”
끝으로 최 군은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부터 나눔을 실천하라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저는 제가 가진 지식을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해요. 재능이란 돈과 다르게 써도 사라지거나 줄어드는 것이 아니잖아요. 제가 가진 재능이 작은 것일지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나누고 싶어요.”
전공을 살린 재능 나눔
대학생 신분으로서 물질적 기부가 망설여진다면, 재능을 기부하는 것은 어떨까. 오로지 ‘나’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 특별한 나눔에 한양인들도 동참해 보자. 봄바람과 함께 따뜻한 기운이 한양의 곳곳에 스며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