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각계각층의 빛과 소금으로서 땀 흘리고 있는 한양의 동문과 맥박을 만나는 일은 한양인에게 한 꼭지의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보람과 함께, 기자에게 큰 배움과 사색을 위한 생각의 실마리를 덤으로 선사한다. 신임 본교 구리병원장(이하 구리병원장)으로 취힘한 김영호(의과대·의학) 교수와 나눈 1시간 반 남짓의 소중한 인터뷰 역시 마찬가지다. “‘내실있고 탄탄한 병원’을 만들겠다”는 김 교수의 비전을 통해 엿본 구리병원의 미래, 더불어 ‘최선을 다하는 삶’에 대한 김 교수의 인생철학은 단지 1시간 반의 이야기가 아닌 하루하루 생사를 넘나드는 28년 의료 현장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한양인들에게 진솔하게 전하기에는 아직 기자의 필력이 너무나도 짧다. ‘인화단결’ 바탕으로 ‘내실있고 탄탄한 병원’ 만든다 구리병원은 현재 경기 동북부지역의 유일한 대학병원이며, 이 지역의 거점병원으로서 ‘내실 있고 탄탄한 병원’을 만드는 것이 김 교수의 경영 목표다. 이러한 비전 아래 김 교수가 내건 세 가지 경영계획 중 첫 번째는 바로 ‘병이 잘 낫는 병원’이다. 최첨단의 안락한 시설 이상으로 중요한 병원의 경쟁력은 바로 의사들의 능력이라는 생각 아래 특화된 구리병원만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작지만 강한 병원’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또한 ‘친절한 병원’을 위해 간호사, 행정 직원 등의 지원부서 뿐만이 아닌 직접 환자들과 만나는 의료진까지 친절을 체득할 수 있도록 한양서비스아카데미를 통해 끊임없는 서비스 재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깨끗하고 안락한 병원’을 위해 편의시설 확충 등을 통한 병원환경 개선 사업 역시 준비 중이다. “열악한 의료수가로 인해 수익창출이 쉽지 않은 점, 인접지역에 경쟁 병원이 늘어나는 점 등 현재 우리 병원의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최고의 흑자를 기록하며 우리 병원의 구성원 모두가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를 바탕으로 작지만 탄탄한 병원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들의 인화단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병원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조직력이 필요하거든요. 병원장 혼자 뛴다고 되는 일은 아니죠.” 때문에 구리병원은 구성원들의 조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산악회와 축구 동호회 등 직원들의 취미활동, 사업 성취도에 따른 사기진작을 위한 자체적 이벤트가 바로 그 실례다. 노동강도가 강한 의료산업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발전을 거듭할 수 있는 구리병원의 저력은 바로 이러한 “인화단결의 강화를 통한 조직의 재정비 덕분”이라는 것. 또한 조직력의 강화로 인한 시너지 효과는 인력의 탄력적 운용을 가능하게 한 동시에 병원 발전을 위한 재투자를 통해 구리병원만의 새로운 경쟁력을 만드는 소중한 힘이 되고 있다. “현재 소화기 내과의 한동수 교수님은 국내에서 대장 내시경 분야의 가장 명망 있는 교수님 중 한 분이죠. 그리고 이재원 교수님이 활약하고 있는 심장조형술 분야 역시 우리의 새로운 경쟁력 중 하나죠. 또한 심장수술 분야에도 새로운 의료진들이 참가하며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장비 확충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이외에도 모든 병원의 구성원들이 ‘작지만 탄탄한 병원’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프로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러한 병원장의 비전이 모두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인화단결이 가장 우선돼야 할 가치일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병원의 조직력은 이미 뛰어나다고 자신합니다.(웃음) 재작년 의료원 평가에서 모든 부서가 똘똘 뭉쳐서 예상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낸 현장을 직접 목격했거든요. 그러한 힘을 바탕으로 지난해 흑자를 내며 작지만 탄탄한 병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죠.” "생명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능력 부족은 ‘미숙함이 아닌 죄’ " 김 교수의 병원 구성원들에 대한 자신감은 바로 95년 개원 당시부터 함께 한 지난 12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95년 “내장공사를 미처 마치기도 전에” 진료를 시작한 김 교수는 임상으로서 현장에서 직접 환자들을 만나는 한편 교육연구부장, 부원장 등을 맡아 오며 구리병원에서 잔뼈가 굵은 ‘준비된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 본교 의대 6회 졸업생으로서 현재까지 28년 동안 흔들리지 않고 한 길을 걸어 올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김 교수는 그저 “열심히 공부한 덕분”이라고 말한다. “의대에서 공부하던 시절은 물론 힘들지만,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과정이었죠. 본과에 진학할 때부터 진짜 공부가 시작되는데 ‘힘들다’는 말밖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네요. 허리와 의자를 끈으로 묶기도 했어요.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내 마음을 함께 붙들어 맨 거죠. 열심히 공부했다는 당시의 자부심은 지금까지도 나를 지탱하는 큰 힘입니다. 의사는 끝없이 공부해야 하거든요. 강의할 때 늘 학생들에게 ‘의사가 가져야 할 능력이 능력과 행동의 두 가지라면, 어떤 의사가 가장 나쁜 의사일까?’라고 묻곤 합니다. 물론 다 가진 의사는 나무랄 데가 없겠죠. 하지만 가장 나쁜 의사는 능력은 없고, 행동만 있는 의사입니다. 사람잡는 의사거든요” 그래서 김 교수는 후배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할 것”을 당부한다. 생명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은 “미숙함이 아닌 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가슴이 따뜻한 의사 역시 김 교수가 강조하는 좋은 의사의 척도 중 한 가지다. 의사를 신뢰하는 것만으로 환자에게 유익한 효과를 내는 플라시보 효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김 교수는 의사는 몸과 정신을 치료해야 한다고 믿는다. “환자가 의사를 신뢰한다면 치료는 이미 절반을 성공한 것과 같습니다. 때문에 환자들에게 마음이 닿는 의사가 되는 것이 중요해요. 하지만 가장 먼 길이 머리에서부터 가슴까지라고 하잖아요. 그만큼 쉽지 않은 것이죠. 어느 현인의 말을 빌면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상대방이 사랑을 느끼게 해야죠. 나는 환자를 만나면 아픈 부분을 어루만집니다. 정형외과이기 때문에 대부분 나이드신 분들이 많은데, 주물러주기만 해도 그 순간에는 최선의 치료를 하고 있는 것이죠. 새로 들어오는 의료진에게 강의할 때도 늘 ‘스킨쉽’을 강조합니다. 'Love is touch'라는 노랫말도 있지 않습니까.” “스스로에 대한 엄격함이 의료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최선책”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를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생각하는 김 교수이기에 최근에 불거지고 있는 각종 의료분쟁에 대한 안타까움 역시 크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로 살아오며 어떤 의료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의사는 환자에 대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교수는 뒤늦은 대처 등에 대한 과실은 인정해야 하지만 의사의 과실에 대해 “심각한 처벌을 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의사 역시 자신의 시술에 대한 무조건적인 자신감이 아닌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는 신중한 진료, 자신에게 엄격한 태도가 의료사고를 막는 최선의 길이라고 강조한다. “양쪽 무릎 관절염이 심해서 병원에 오신 80세가 넘은 충청도 할머니가 계셨어요. 최약동 할머니라고, 이름도 잊을 수 없죠. 다리가 완전히 휘어서 걷지도 못했는데 한 쪽을 수술하니까 너무 좋아졌어요. 가족들도 너무 기뻐서, ‘마저 한 쪽을 해 달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수술 도중에 갑자기 심장박동이 정상수치 70에서 50, 40, 30으로 점점 내려가는 거예요. 마취선생님이 고개를 갸웃갸웃하시고 ‘큰일났구나. 할머니 내가 잡겠구나’라는 생각에 얼마나 무서웠는지. 수술을 끝내고 집에 가서 전화도 못 했어요. 돌아가셨다고 할까봐 무서워서죠. 할머니 살려달라고 기도만 했어요.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뵈었는데 글쎄, 할머니가 일어나 계시지 않겠습니까. ‘선생님 고마워유. 선생님 덕분이에유’라고 말씀하시는데 얼마나 감격적이었는지. 보호자들도 돌아가실 것 같다니까 인상을 많이 붉히셨죠. 하지만 내가 환자를 죽이려고 한 건 아니잖아요. 이런 일도 있어요. 군의관 시절에 쇄골이 하나 부러진 환자가 있었어요. 말도 잘 할 정도로 멀쩡했죠. 그런데 한 시간 후에 죽었어요. 아마 쇄골이 심장을 찔렀나봐요. 진단을 제대로 다 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으니 의사라고 어쩌겠어요. 돌아가실 것 같은 분도 살고, 살 것 같은 사람도 죽어요. ‘의사라는 사람이 어떻게 저런 얘기를 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인명은 재천’이라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절실히 느낍니다. 의사는 다만 깁는 역할을 할 뿐, 치유를 하는 것은 자연능력이거든요. 그저 도움이 될 수 있는 시술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죠.” “소외된 이들에 대한 의료봉사가 마지막 꿈” 현재 김 교수에게 가장 큰 목표는 탄탄한 구리병원을 만들기 위해 병원장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하지만 ‘병원장’이라는 직책은 의사로서의 꿈을 위한 길 중 그저 잠시 지나치는 풍경일 뿐이다. “환자가 휠체어를 타고 들어와서 두 발로 걸어 나갈 때가 가장 기쁘다”는 김 교수는 자신의 의술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줬을 때 “내가 또 하나의 덕을 쌓았구나”라고 생각한다고. 그래서 앞으로 많은 이들에게 의료 봉사를 할 수 있는 소외된 이들의 시설에 찾아갈 계획을 꾸리고 있다. 의사로서 훌륭한 실력을 가지고 소외된 이들에게 인술을 베푸는 사람이 되는 것, 지극히 당연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목표가 김 교수가 꿈꾸는 자신의 마지막 모습이다. “내가 세상을 떠나 하나님 앞에 서면 내가 도움을 줬던 환자들이 한 마디씩 나를 위해 변호를 해 줄 거라고 믿습니다. 나를 걷게 해 준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 |
글 : 변 휘 취재팀장 hynews69@hanyang.ac.kr 사진 : 한소라 학생기자 kubj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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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