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대중에게 병원 문턱은 한없이 높기만 하다. 종합병원에서 전문의를 한 번 만나기 위해서는 몇 주 전 예약은 기본이며, 실제로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도 의사와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은 기다림에 비해 너무나도 아쉬운 만남이다. 하지만 한양인들에게 한양대병원의 문턱은 점점 낮아질 것 같다. 지난 8일 한양대학교 서울병원의 신임원장으로 취임한 안유헌(의대·의학과) 교수가 본교 의대의 1기 동문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환자 중심의 서비스’가 안 교수가 이끄는 한양대병원의 비전이며 안 교수는 환자와의 ‘소통’을 강조하며 직접 환자를 만나 온 30년 경력의 임상의이기도 하다. 또한 병원에 대한 시시콜콜한 기자의 불만까지 꼼꼼하게 메모하는 안 교수의 모습 때문이다. ‘한양의대 1기’가 여는 본교 병원의 비전 “조직 생활 속에서 보직인사라는 것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것이잖아요. 막중한 책임을 가진 자리에 나보다 잘 어울리는 뛰어난 분들이 많기 때문에 전혀 예상치 못했어요. 더욱이 본교 의대의 첫 번째 졸업생으로서 모교 병원의 큰 책임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습니다. 본교 의대의 졸업생들이 의료계를 이끌어 갈 리더의 연배로 성장한 현재 시점에서 모교 병원의 대표자로서 더욱 몸가짐이 조심스럽습니다. 그간 훌륭하신 은사님을 비롯해 선배 교수님, 그리고 모든 교직원들의 노력으로 현재 한양대학교병원의 위상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새로운 발전을 이끌 것인가’라는 고민 앞에서는 그저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뿐이죠.” 취임 후 3주 남짓의 시간이 흐른 지금, 안 교수는 “아직 업무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지만, 한양의대 1기의 신임 원장에 대한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듯 임기 중 꼭 하고 싶은 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경영환경의 변화를 통해 필요 없는 일, 꼭 해야 할 일, 차기 원장단의 업무를 세부적으로 파악해 효율적인 경영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또한 진료 외 시설 및 장비에 막대한 투자가 아닌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를 잘 고치는 병원’으로 발전하기 위해 효율적인 투자를 뒷받침 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진료중심의 경영을 우선으로 의료진의 임상연구지원, 교직원의 지속적인 교육 및 훈련, 진료환경개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임으로서 질병의 신속한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명품(名品)의료’를 추구할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양대병원만의 ‘Identity'를 만들겠다” “현재 국내 빅5로 손꼽히는 삼성의료원 등은 첨단설비, 의료기자재, 우수한 서비스, 치료기술, 임상 및 기초 연구, 인적자원, 투자와 효율적 경영 등 많은 장점을 갖추고 있어요. 특히 우리 병원의 역사적인 배경이나 학교에서 출발한 점 등은 대기업이 갖고 있는 자본력 및 경영마인드와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21세기의 한양대병원은 인력훈련을 통한 자원활용, 서비스경쟁력 강화, 경영혁신지원의 조직화, 노사협력의 리더십으로 ‘환자 중심의 서비스 경영’을 이뤄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병을 잘 고치는 병원, 환자가 선택하는 병원, 국제 경쟁력을 갖춘 병원’으로 발전시킬 것입니다.” 이를 위해 안 교수는 전략수립, 시스템 재정비, 서비스코디, 경영분석, 구체적인 경영컨설팅 등의 병원경영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팀을 구성할 계획이다. 또한 병원 시스템의 전면적인 전산화를 위한 EMR 시스템과 64 cut CT Scan 같은 신기술 도입도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 특정질병에 대한 치료의 중심병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5대 병원의 공통점을 벤치마킹해 한양대병원만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도 중요한 구상 중 하나다. 의료시장 개방과 의료법 개정 등 급변하는 의료환경의 변화 속에서 다른 병원들과 차별화된 확실한 이미지 메이킹은 본교 병원만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필수전략이기 때문이다. “류마티스병원, 국제협력병원, 종합검진센터 등 현재 경쟁 우위에 있는 분야를 차별화 포인트로 선정해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특히 류마티스병원은 명실 공히 류마티스 부문을 대표하는 한국의 대표병원으로 계속 발전하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며, 국제협력병원은 Medical Tourism의 허브 병원을 비전으로 해외환자 유치와 의료마케팅에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또한 본교 병원의 경쟁력을 다변화하며 새로운 주력 분야를 찾기 위한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기존의 각 센타들과 암 센타들의 활성화가 그 첫 번째 과제다. 심장센타, 소화기센타 등 현재의 각 센타와 폐암, 유방암, 갑상선암, 위암, 대장암 등 각종 소화기암센타의 활성화 등을 통해 한양대병원만의 ‘Identity’를 정립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진료과별 환자완치율, 환자만족도, 외래환자 수 등을 평가해 우수 진료 부서를 특성화 전략부서로 선정, 지원·육성하는 방안 등을 통해 새로운 브랜드 파워를 창출하는 것이 바로 안 교수가 꿈꾸는 21세기 한양대병원의 경쟁력이다. 환자와의 ‘소통’이 좋은 의사의 척도 병원장으로서 2년의 임기가 빠듯할 정도로 격무에 시달리고 있지만 임상의로서 환자를 만나며 진단과 치료를 직접 진행하는 것 역시 안 교수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당뇨 등의 질병을 비롯한 내분비내과 분야의 전문의로서 약 30년 동안 임상의로 활동해 온 안 교수는 환자와의 ‘소통’이 좋은 의사의 척도라고 강조한다. “윌리엄 허트가 주연한 ‘닥터’라는 영화를 보셨나요? 성공한 외과의사인 주인공은 평소 환자들에게 냉정하기 그지없죠. 하지만 어느 날 자신이 후두암에 걸렸단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평생 의사의 입장에만 있다가 난생처음 환자의 입장에서 엑스레이도 찍으며 진찰을 받고, 의사와 만나 진단을 들으며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되죠. 한 번도 아파보지 않고서 남의 아픔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거든요. 중요한 건 환자와의 소통입니다. 환자의 불편한 점을 해결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죠. 때문에 모든 것을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의사의 한 마디가 환자에게는 삶에 대한 희망과 절망을 결정짓는다는 사실을 늘 잊지 않으려 합니다.” 또한 안 교수는 좋은 의사로서의 자세 못지않게 의사에 대한 환자의 신뢰 역시 강조한다. 의학지식이 대중화되는 동시에 잘못된 의학지식이 범람하고, 각종 대중매체에서 일부의 의료과실을 자극적으로 다루는 등 의료계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있지만, 결국은 의사에 대한 신뢰는 올바른 의료행위를 위한 필요조건이라는 것이다. “텔레비전에서 의학지식을 이용해 게임도 하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잘못된 의학지식도 그만큼 많죠. 많은 지식들이 지극히 부분적인 것들이기 때문에 모두에게 100% 적용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같은 증상이라도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똑같은 처방을 할 수는 없어요. 때문에 전문의와의 상담을 거치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환자 중심의 서비스를 위해 의료계가 노력해야 할 것도 많지만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매 순간 최선을 다 한다는 것을 환자들이 믿어줘야 해요.” “성실의 일념으로 세계적인 한양대병원 만들 것” 안 교수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성실’ 이외의 다른 장점이 없다”라고 말한다. 더불어 환자의 아픔을 이해하고 치료하며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의무감이 30여년 임상의로서의 생활을 지켜 준 신념이라는 것. 한양의대 1기 동문으로서 모든 한양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지금도 안 교수에게는 “Hard Working” 이상의 색다른 비결은 없다. “의사는 매우 고된 직업입니다. 미국 유학시절 내과 레지던트 생활을 할 때는 늘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왔죠. 하지만 그 때 나를 지탱해 준 것은 열심히 하는 것뿐이었어요. 특별한 장점은 없지만 변치 않는 생활 철학인 성실로서 살아왔습니다. 내게 주어진 책임들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지금은 병원장으로서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그리고 구성원의 뜻이 모아졌을 때에는 병원장으로서 신속하고 결단력 있는 추진으로 업무를 수행해야겠죠. 하지만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 본교 병원은 절대 발전할 수 없습니다. 의료원장님을 비롯해 모든 본교 병원의 의료진과 직원 여러분이 지혜와 역량을 발휘하면 세계적인 한양대병원으로 발돋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
변 휘 취재팀장 hynews69@hanyang.ac.kr 사진제공 : 한대신문사
|
2007-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