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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국제환경상 수상 김윤신(의대·산업의학) 교수
조회 3115 2016-02-17 11:06:14

지난 11일 김윤신(의대·산업의학) 교수가 한·일 국제환경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한·일 국제환경상(The Asian Environmental Awards)은 조선일보사와 일본 마이니치신문사(每日新聞社)가 동북아시아 지역의 환경 보전에 공로가 큰 개인이나 단체를 발굴해 매년 공동으로 수여하는 상이다. 이를 위해 찾아간 김 교수의 연구실은 인터뷰 도중에도 쉬지 않고 전화벨이 울렸다. 현대인의 생활에 경종을 울린 실내 공기에 대한 관심이 커진만큼 김 교수의 연구가 찾아가야 할 곳이 점점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하철 공기오염과 새집 증후군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 공기 오염과 건강의 관계를 집중 조명한 국내 실내환경 분야의 개척자로서 김 교수의 연구는 더욱 많은 이들의 생활을 변화시키고 있다.

황사·방사능 먼지 연구로 환경분야의 교류 성과 인정받아

김 교수는 일본 도쿄(東京)대학에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고, 나고야(名古屋)대학 태양지구환경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황사와 방사능 먼지의 이동 경로에 대한 한·일 공동연구에 참가하는 등 환경분야의 양국 교류에 남다른 인연을 맺어왔다. 또한 일본측 수상자로 선정된 일본 클린업 전국사무국은 연간 5만 명 이상의 인원이 참여하는 해양환경보호단체로, 매년 봄과 가을에 해안 쓰레기 수거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한·일 국경 없는 쓰레기 프로젝트’와 ‘한·일 공동모니터링’ 등을 통해 양국 간의 바다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한 교류에 앞장서 왔다. 이처럼 국경을 넘나드는 한·일 양국의 공기와 바다의 보전을 위한 노력이 공동으로 수상했기에 김 교수의 감회는 남다르다.

“크게 보면 한국과 일본은 같은 공기와 같은 바다를 공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올해 한·일 환경상을 받은 양국의 수상자들이 각각 ‘대기’와 ‘물’의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는 사실은 특별한 의미가 있어요. 이번 수상을 계기로 대기환경과 해양환경을 함께 보호하고자 하는 한·일 양국 간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노력이 앞으로 더 활발하게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수상의 영광을 한·일 양국의 동료학자와 수많은 환경활동가들, 그리고 함께 연구를 진행한 연구원들에게 돌립니다.”

미세먼지부터 새집 증후군까지 … 환경·보건 분야의 개척자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 ‘실내 공기 오염’이라는 개념을 소개하고 정착시킨 환경·보건 분야의 개척자다. 대부분의 도시인들은 하루 중 80% 이상의 시간을 건물 안에서 보내므로 건축 자재에서 나오는 유해물질과 실내 미세먼지에 노출되기 쉽다. 따라서 바깥 공기보다 실내 공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론이다. 때문에 우리가 일련의 뉴스에서 접하는 환경·보건 관련 문제 중 김 교수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87년 하버드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다가 귀국했을 당시 일간지에 내 인터뷰가 비중있게 다뤄졌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생활환경이라는 분야가 우리나라에서는 워낙 생소한 분야였으니까요. 지금은 널리 알려진 포름알데히드 등 실내 공기 오염의 요인이 되는 물질을 하나씩 얘기할 때마다 관심이 쏟아지던 시기였어요. 덕분에 그때부터 지금까지 환경부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아마 나만큼 오래 하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웃음)”

김 교수는 지난 89년 당시 ‘서울 지하철 공기 오염 실태 조사’를 발표 1천만 서울 시민에게 경종을 울렸으며 지금까지 정기적인 조사·연구 활동을 통해 지하철 공기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또한 최근의 ‘새집증후군’에 대한 연구는 전국민적인 반향을 일으켰고, 지난 2004년 김 교수는 실내 공기 관리뿐 아니라 환자의 치료까지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새집 증후군 전문 클리닉’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처럼 실내 공기의 중요성을 일깨운 수많은 사회적 이슈와 관련 정책들이 모두 김 교수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하지만 일상생활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생활환경을 연구하고 있기에 김 교수의 연구는 많은 이들에게 소중한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기업 등의 이해관계로 인해 원치 않는 어려움에 처할 때도 많았다. 지난해에는 KTX 내부 전자파가 승무원과 승객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김 교수 연구팀의 발표에 한국철도공사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결국 지난 3월 사법부는 “허위사실 없다”며 김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때문에 김 교수는 연구와 더불어 관련 문제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조율하는 중재자의 역할도 물리치지 않는다.

“국내에서 연구를 시작했던 87년도에 우리나라에서 전국의 주택에 공급되며 날개돋친 듯 팔리던 단열재가 있었어요. 하지만 이미 미주지역에서는 오염물질로 인해 쓰지 못하고 폐기되는 제품이었고, 언론을 통해 그 사실을 밝힐 수밖에 없었죠. 당시 그 제품을 개발했던 업체로부터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것이 아니냐며 공갈 협박을 당하기도 했죠. 잘 몰라서 그래요. 실내 공기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시기니까요. 그래서 중재의 역할도 맡으려 해요. 정부는 법에 의해서만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고, 시민단체는 대안없이 반대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호간 정보의 전달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이 분야의 연구에 주력해 온 학자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해야죠.”

“다양한 학문 바탕으로 10년 후 가능성에 도전하라”

“지난 75년 유학을 떠나 동경대의 인류생태학 교실에서 공부하게 됐습니다. 공학과 인문사회과학, 그리고 보건학, 의학이 모두 접목된 학문이어서 사실 내게도 생소했죠. 하지만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이후 인간의 생활과 관련있는 환경문제를 연구해야겠다고 결심했죠. 뭐든지 나와 관련이 있어야 관심을 갖는 것 아니겠어요. 그 때 실내공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지금까지 그 연구를 이어오고 있어요.”

현재 환경·보건 분야에서 아시아 최고의 권위자로 손꼽히고 있는 김 교수 역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유학시절에 인류생태학을 처음 만나게 됐다. 때문에 김 교수가 후학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두 가지다. 다양한 학문에 관심을 가질 것, 그리고 최소한 10년 후를 내다볼 것을 강조한다.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실내 공기에 대한 연구에 주력했던 것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며 선진국형으로 발전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언젠가는 꼭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김 교수의 확신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는 의대 교수면 다 의사인 줄 알아요. 얼마나 편협한 생각인지 몰라요. 전공만 파다보면 다른 것은 물론, 내 학문도 모르기 마련입니다. 의학은 자연과학, 인문사회과학, 기계공학 등 수많은 다른 학문과의 연계가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전공에만 매몰되기보다 다양한 학문을 섭렵해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내환경 분야 학·연·산 클러스터 만들고파”

“지금은 모르겠지만.(웃음) 한 때는 10년은 젊어 보인다며 꼭 ‘젊음의 비결’을 묻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나는 젊음의 비결을 열정이라고 생각합니다. 10년 앞을 바라보고 열정을 다해 뛰는 만큼, 10년 더 젊어 보인 것이라고 믿어요. 최소한 열정을 다 해야, 결과가 어떻게 되더라도 가슴에 남는 뭔가가 있지 않겠어요. 열정을 가지고 하는 일은 실패해도 후회 없습니다.

보건·환경 분야에서 김 교수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은 그만큼 연구에 대한 열정이 여기저기에 전해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최근 김 교수 연구팀은 실내 가전제품과 송전선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청소년의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또한 동북아 대기 오염의 실태를 보다 자세히 연구하고, 장기적으로 북한 환경학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한·중·일 공동으로 백두산에 대기 측정기구를 설치하는 과제도 3년째 추진 중이다. 이렇게 늘 10년 후를 바라보고 있는 김 교수이기에 앞으로 10년 후 또 다른 가능성을 향해 도약할 김 교수의 새로운 계획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10년 후면 교수직은 정년이 되겠네요.(웃음) 그 후에는 연구소를 하나 만들고 싶어요. 하버드 연구원 시절에 봤던 많은 연구소들이 모두 대학 주위의 집들이었거든요. 대학은 작지만 주변의 집들, 건물들이 모두 연구소로 꾸며져 있던 것이 퍽 인상깊었습니다. 그래서 실내 환경 분야의 전문적인 연구소를 만들고 싶습니다. 또 실내환경 컨설팅 회사도 하고 싶어요. 아직은 실내 환경만으로는 회사를 꾸려 나가기 힘들지만, 10년 후에는 시장이 많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실내환경 분야의 작지만 강한 산·학·연 클러스터를 만들고 싶습니다.”


글 : 변 휘 취재팀장 hynews69@hanyang.ac.kr
사진 : 김기현 사진기자 azure82@hanyang.ac.kr


학력 및 약력

김 교수는 지난 78년 일본 동경대에서 보건학 박사 학위를, 이후 85년 미국 텍사스 주립대에서 환경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동경대 객원연구원 및 텍사스 주립대 환경보건/보건통계/역학교실의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83년 하바드 대학교 에너지환경정책연구소의 초빙연구원으로 재직한 바 있다. 이후 86년 본교에 부임해 계량의학교실 주임교수로 재직했고 89년부터 본교 환경 및 산업의학연구소 소장을 맡았으며 94년 나고야 대학 태양지구환경연구소 객원교수로 활동했다. 지난 2000년부터 한국대기환경학회와 한국보건통계학회, 한국환경위생학회 등에서 회장을 역임하는 등 두루 활동했으며, 현재 한국실내환경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외에도 환경관련 NGO와 각 정부 부처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환경벤처 기업 (주)이앤에치테크의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2002년 서울시 환경보전상을 수상했으며, 2003년 환경부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

2006-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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