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9 대 55 . 단순한 남녀성비가 아니다. 이것은 얼마 전 언론을 통해 보도된 대학을 졸업한 남성 대 여성의 인력 활용 비율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경기침체의 여파로 대졸자의 취업률이 현저히 떨어진 가운데 여대생의 취업률은 남학생의 3분의 1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을 졸업한 여대생들의 45퍼센트는 자신이 대학에서 갈고 닦은 기량을 활용해보지도 못하고 폐기처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 악조건 속에서도 흙 속의 진주를 찾아내고 지원하기 위해 스물 네시간을 쪼개고 쪼개 뛰고 있는 한양의 여장부가 있다. 바로 한양 ‘21세기 신여성 양성소’를 이끌고 있는 김분한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장이 그 주인공. 오늘도 그녀는 1만 6천 한양의 여성들을 향해 힘껏 외친다. “한양의 여성들이여 잠에서 깨어나라!”고. 최근 여학생들 사이에서 면접클리닉에 대한 소문이 자자하다. 면접클리닉은 한양대가 최초로 시도한 것이다.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본 결과 학생들이 자신감은 있으나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막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003년 4월부터 ‘면접클리닉’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화여대에서 27년 동안 취업분야를 맡아 온 실력 있는 분을 초빙했다. 30분 동안 이루어지는 일대일 대화를 통해 개인 성향에 관한 문제에서부터 이력서 작성법, 면접 시 옷 입는 방법까지 제공하는 일대일 맞춤 클리닉이다. 클리닉을 받은 학생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서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주며, 원서를 낸 회사에 맞는 면접방법을 제시해 주기 때문에 실전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안산캠퍼스에서도 같은 유형의 면접클리닉을 실시했는데 역시 반응이 좋았다. 공무원 시험 준비반도 활발하게 운영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여학생 7급 공무원 시험 준비반은 전국 최초로 개설했으며 현재 본교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특화된 프로그램이다. 학원가에서 직접 섭외해 온 강사의 강의와 동영상, 테이프 등의 자료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시험 준비반 학생 중 3명이 9월에 실시된 7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비록 3명이지만 8개월이라는 짧은 준비기간에 비하면 학원가 에서는 기적으로 불리는 일이다. 앞으로 더 많은 합격자가 배출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공무원준비반의 인원증축 요청이 커서 겨울방학 때 추가모집을 실시했다. 여학생들만 받으려고 했는데 남학생들에게도 연락이 많이 와 여학생 100명에 남학생 30명을 함께 선발했다. 현재 약 210명의 학생들이 방중 특강을 받고 있다. 2004년도에 개설될 정규과목이나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2004년에는 기존에 있는 프로그램을 살리는 방향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5년 전 여학생 취업을 권장하면서 개설한 ‘여성과 직업’ 이라는 과목은 매 학기 마다 개설된다. “앞으로 50년 이상 지속되는 과목으로 남게 해 달라” 는 이메일을 받을 정도로 학생들의 반응이 좋다.(웃음) CEO를 초청해 강의를 듣는 ‘여성과 인터넷 비지니스‘ 라는 과목은 다음 2학기에 개설될 예정이다. 또한 실무중심 교육을 하고 있는 한양여자대학과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공동 실시할 계획이다. 문예창작, 유아교육, 텍스타일, 도자기 공예 등과 같은 실용적인 교과목들도 도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내외 인턴쉽과 같이 국가나 공기업에서 주최하는 외부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할 것이다. 여대생 취업양성소로서 앞으로의 발전방향에 대해 말해 달라. 커리어개발센터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상시적 학습 프로그램’이다. 1학년 때부터 단계적으로 자기 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 당장 취업이 안 되었다 하더라도 언제라도 취업을 할 수 있는 준비된 모습을 만들자는 것이다. 한양대학교에 들어오는 학생을 인격과 소양을 고루 갖춘 프로로 만들겠다는 것이 우리 센터의 목표이기도 하다. 여성의 행복은 청년시기에 자기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개발시키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여성들에게 있어서 취업 준비 시 필요한 핵심적인 사항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개발 자세이다. 여학생들은 고등학교 때는 자기개발을 열심히 하다가도 막상 대학에 들어와선 나태해지는 경향이 있다. 안주하는 자세는 금물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자기에 대해 혐오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남성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이겠지만 외모도 자신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됨을 명심해야 한다. 남이 봤을 때 ‘멋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몸가짐을 가져라. 자기를 꾸미고 표현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예우이다. 때와 장소에 맞는 옷차림과 센스 있는 머리모양 등도 자기 관리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이런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도 직업인 되는 이행과정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1학년 때부터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새내기들과 취업을 눈앞에 두고 있는 4학년 여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미 2004년도 수시 모집에서 합격한 학생 700여명을 대상으로 MBTI(적성검사)를 실시했다. 1학년 학생들은 재학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커리어개발센터와 접촉을 하면 4학년이 되어 취업을 할 때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학년 때부터 자기개발을 꾸준히 해 취업을 준비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길 바란다. 4학년 정도 되면 어학이나 학점 등은 기본적으로 갖추어져 있는 상태여야만 한다. 4학년 학생들은 ‘여성과 직업’과 같은 강좌나 ‘면접클리닉’ 프로그램 등을 적극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구체적인 ‘자기반성’을 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수강한 과목을 총 점검해보고 자신이 어떤 분야에서 흥미를 느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 또 지금 내가 처한 상황들을 고려해서 좀 더 나를 직시할 수 있는 사고도 필요하다. 21세기 리더로서의 여성상을 제시한다면 21세기는 남녀의 구분이 없어지는 양성평등시대이다. 능력이 된다면 남녀의 구분 없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여성의 활발한 활동은 남성에게도 자극제가 되어 좀 더 발전적인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다. 성 평등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떳떳하고 능력 있는 여성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남학생들보다 몇 배는 더 성실히 노력해야 한다.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처한 환경만을 탓하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노력하면 준비할 수 있고 준비된 자만이 성공과 행복을 누릴 수 있다. |
김지민 학생기자 jimin@ihanyang.ac.kr 2004-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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