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닫기
목록
참된 성형은 마음을 고치는 수술
조회 2627 2016-02-17 09:55:27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몰라보게 예뻐졌다'라는 인사를 건넸다가는 괜한 오해를 사기 쉬운 시대다. 최근 한국에서는 외국 언론으로부터 '성형 천국'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많은 성형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경제적 풍요로움과 함께 '예뻐지고 싶다'는 여성의 욕망이 사회적으로도 당당한 명분을 획득하기 시작하면서 '성형외과'는 그야말로 '성업 중'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아름다움을 위한 미용성형을 먼저 떠올리는 것과 달리, 성형수술은 장애부위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재건성형'이 그 원류라는 사실을 많은 이들은 알지 못한다. "성형외과의 영역은 크게 미용과 재건의 두 분야로 나눌 수 있으며, 성형수술의 본질적인 의미는 재건 성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재건분야 중 가장 최신 의술인 '미세 재건 수술'을 연구하는 성형외과 김정태 교수의 말이다.

재건 성형은 마음을 고쳐주는 수술

"성형외과 분야는 재건성형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교통사고나 화상으로 인한 외상, 언청이, 소이증(귀가 없는 기형) 등의 선천성 기형을 치료하다 보니 점차 그 범위가 확대되어 오늘날의 미용성형에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그 중 제가 연구하는 미세 재건 분야는 현미경을 보고 혈관이나 신경을 연결하는 수술인데 성형외과에서 가장 힘든 첨단의 분야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신체 다른 부위에서 필요한 조직을 얻어 결손부의 모양을 새로 만드는 것입니다."

유방암 등의 종양수술이나 교통사고로 신체의 일부가 절제된 사람에게 소실 부위를 새로 만들어 주는 것, 선천적으로 기형으로 태어난 사람들을 정상적인 모습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재건 성형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 특히 유방암으로 유방을 절제한 여성의 경우 심각한 심리적 고통을 수반하게 된다. 따라서 재건 성형은 외모만 고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마음까지 고쳐주는 수술이라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성형은 독창과 창조의 의학

 

여러 의학 분야 중 성형외과를 택한 것에 대해 김 교수는 '독창성과 창조성'을 가장 큰 이유로 든다. 성형외과에서는 매번 환자의 상태에 따라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게 되므로, 1년 내내 동일한 수술이 한번도 없을 정도로 케이스가 다양하다. 집도의의 판단과 아이디어에 따라 수술 방법과 결과가 좌우되니 그 결과도 천차만별이다. "성형외과에서는 환자의 상태를 보고 의사의 판단에 따라 독창적인 방법을 택하기도 하며, 환자와의 의견 교환으로 좀 더 잘 맞는 방법을 찾게 됩니다. 다른 외과 수술들이 주로 자르고, 절개하는 등 파괴적인 치료 행위인 반면, 재건 성형의 수술은 새살을 만들어내고, 소실된 부위를 생성하는 등 창조적인 치료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처 부위가 넓거나 심각한 화상을 입은 국내 환자는 외국에 나가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일본과 중국의 환자들이 한국에서 수술을 받는 경우가 확연히 늘어났다는 사실이 각종 매체에 의해 보도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이제 우리나라의 성형의학 수준은 세계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수준이며, 특히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함께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미 중국, 대만 등 아시아권 여러 나라에서 우리의 의술을 배우기 위해 국내로 들어오고 있으며, 반대로 우리의 의료진을 초청해 가기도 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릇된 '제도'의 성형이 급선무

 

지난 2000년 의료계 파업이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다뤄진 이후 의사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예전 같지 않다. 특히 사회에 만연한 미용성형과 관련해 난무하는 성형치료에 대한 시선이 결코 곱지 않은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성형외과 분야가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김 교수는 많은 성형외과 의사들이 재건분야를 도외시하고 상업성을 중시한 미용성형 개업의로 빠져나가는 것을 첫 번째 문제로 꼽는다. 심지어 최근에는 성형외과 교수가 남아있지 않은 대학들도 있다고.

"개업을 해 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대학에 남아 연구를 계속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그러나 현재 대학 교수들의 연구 환경은 상당히 열악한 수준이며, 시간적인 여유조차 없죠. 따라서 연구인력 확충을 위해 대학 교수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시급합니다. 또한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성형수술이 대부분입니다. 여러 번 시술이 필요한 선천 기형마저도 첫 번째 수술을 제외하고 나머지 수술에는 보험이 지원되지 않는 현실입니다. 하루 빨리 이러한 제도적 결함이 보완되어야만 합니다."

 

미세 재건 수술로 세계 인명사전 등재

 

해외 학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 교수는 지난 2월 세계적인 인명사전 '마르퀴스 후즈 후(Marquis Who's Who in the World)' 개정판에 등재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의학 및 건강' 분야에 세계적인 유명 성형외과 전문의로 수록된 그는 '천공지 피판(Perforator Flap)'을 이용한 피부 재건술로 미세 수술분야에서의 탁월한 연구업적을 인정받았다. '천공지 피판'이란 미세 혈관을 이용해 만든 피부판을 이식하는 방법으로 성형수술 분야에 새롭게 도입된 개념. 이 수술법은 얇은 피부판을 이용하기 때문에 피판을 취하는 곳의 결손을 최소화할 수 있어 화상 반흔, 사지 손상, 두경부 종양 등의 치료에서 기존의 방법에 비해 탁월한 치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국내 학계도 중요하지만,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대입니다. 따라서 외국과의 교류를 통해 세계적인 인력을 배양해야 합니다. 외국 학회에 논문을 자주 발표하면 초청 강연을 할 기회가 많이 생기죠. 가끔 얼굴도 모르는 외국의 학자가 내 논문을 보고 초청해 올 때 가장 뿌듯합니다. 이러한 활동들이 한국의 성형외과 의료 수준을 세계에 다시금 재인식시키는 발판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김 교수는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자세'를 강조한다. 특히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정보를 잡으려면 어학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한양대학교는 전망이 밝은 대학입니다. 발전 가능성이 여타 대학에 비해 우월하다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이지요. 우리 후배들이 외국어를 열심히 배워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길 바랍니다. 또한 활발한 연구 활동으로 세계 학계에 한양의 이름을 빛내길 기대합니다."


김모련 학생기자 moryun@ihanyang.ac.kr
사진: 윤석원 학생기자 astros96@ihanyang.ac.kr


학력 및 약력

김정태 교수는 1987년 본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1990년에 석사학위를, 1994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 동아대 의대 교수를 거쳐 이후 일본 가와사키 의대, 미국 베일러대, 대만 장건병원 등에서 연수를 마쳤다. 국내 46편, 국외 5편의 논문이 있으며, 지난 2월 '마르퀴스 후즈 후(Marquis Who's Who in the World)' 인명사전에 등재됐다. 대한두경부종양학회, 국제성형외과학회, 대한미세수술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대한성형외과학회 간사를 맡고 있다.

2003-06-1 

    QUICK MENU SERVICE
    전체메뉴 전체메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