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9일, 본교 의료원 병동 한 켠에서는 작은 파티가 열렸다. 파티의 주인공은 캄보디아의 소말리(여, 8세)와 우즈베키스탄의 질노자(여, 9세) 어린이. 두 외국인 어린이의 성공적인 수술과 퇴원을 축하하는 것은 물론 타국에서 맺어진 '자매의 연'을 기념하는 작은 축하의 모임이었다. 이 두 어린이는 형편이 어려워 치료를 받지 못하다가 한국 선교사 등의 도움으로 한 달 전 한국행을 감행, 본교 병원에서 성공적인 무료 심장수술을 받아 화제가 됐다. 소말리는 심방중격결손증, 승모판폐쇄부전, 폐동맥고혈압 등의 3가지 질환을 동시에 갖고 있는 상태로서 성공적인 수술결과가 나오더라도 평생을 약을 먹어야 하는 중증이다. 주치의인 김남수(의대·소아과) 교수와 김혁(의대·흉부외과) 교수는 고심 끝에 고난이도의 수술이지만 심장 주위의 자기조직을 이용한 '승모판막성형술'을 시행하기로 결정하고 성공적으로 시술을 끝냈다. 김혁 교수는 "이 병은 나이든 환자에게나 나타나는 병이다. 수술하면서도 많은 걱정이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마쳐 너무 기쁘다."라며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캄보디아의 오지 바탐당에 사는 소말리가 심장에 구멍이 뚫린 선천성심장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올해 초 한국에서 온 한 의료선교팀의 진료를 받은 후였다. 이때 이 팀의 일원으로 참가했던 최영미 선교사는 거주하고 있는 태국 방콕으로 돌아온 뒤에도 소말리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아 남편인 이규식 목사(고신총회선교회)와 상의 후 소말리를 한국에서 치료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즈음 지리산 청학동의 젊은 훈장 김봉곤씨 가족이 태국으로 여행을 왔다가 최영미 선교사를 통해 소말리에 관한 얘기를 듣게 됐다. 귀국한 김씨는 심장병어린이 돕기 전국택시기사 모임인 '사랑실은교통봉사대(대장 손삼호)'에 도움을 요청했고, 교통봉사대는 오랫동안 불우한 심장병어린이를 위해 진료를 해온 지행옥 한양대구리병원장과 상의했다. 이후 소말리는 캄보디아, 태국 방콕의 국립대학병원을 거쳐, 지난달 15일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본교 병원에 입원했고 지난 23일 김혁 교수의 집도로 무료 수술을 받게 됐다. 또한 선천성심장병을 앓고 있던 우즈베키스탄의 질노자 어린이의 진단명은 '심방중격결손증'. 마땅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애태우던 질노자의 가족에게 현지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박태운씨가 천사처럼 나타났다. 박씨는 지난 1988년 지행옥 원장으로부터 심장판막수술을 받았던 환자. 박씨는 질노자가 한국으로 오기까지의 모든 비용을 전액 부담했다. 소말리, 질노자의 수술비와 진료비는 본교 병원과 사랑실은교통봉사대, 심장재단에서 전액 부담했다. 이제 산소 호흡기를 벗은 소말리는 침대서 나와 친구들과 뛰어 놀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질노자 역시 병원 근처 선교회를 방문하는 등 새 생명을 안겨준 낯선 나라의 이국적인 풍경에 신기해하는 모습이다. 두 어린이에 대한 국경을 넘은 사랑이 세간의 훈훈한 화제로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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