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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들고 지친 몸에 생명을...[호흡기센터]
조회 2490 2016-02-16 23:24:25
 
 
증가추세에 있는 호흡기질환

통계청의 '1999년 사망 원인 통계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의 가장 큰 사망 원인은 단연 암이다. 전체 암 사망자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위암(21%)이며 그 다음이 폐암(19%)과 간암(18%)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의 경우 흡연, 음주 등의 영향으로 폐암(22%)과 간암(21%)이 가장 많으며 여자는 위암이 전체 암 환자의 21%를 차지했고, 폐암도 1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년 전과 비교해볼 때 폐암은 54%가 늘어난 수치이다.

미국 등 선진국은 이미 폐암이 암에 의한 사망 원인 1위로 올라선지 오래이다. 공해가 점점 심각해지고, 여성과 청소년의 흡연율이 날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는 우리로서도 곧 위암을 제치고, 폐암이 사망 원인 1위로 올라설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우리 인간이 지니고 있는 장기중에서 어느 것 하나라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있으랴마는 심장과 함께 폐는 잠시라도 쉴 수 없는 중요한 기관이다. 심장이 몸의 구석구석에 피를 돌게 하는 기능을 한다면 폐는 몸에 산소를 공급, 물질을 산화 또는 분해하여 생활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획득하는 작용을 한다. 이 둘은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는데 가장 근원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이처럼 중요한 기능을 하는 심장과 폐를 담당하는 센터가 같은 층에 나란히 위치한 것은. 한양의료원 서관 4층에 들어서면 백남심장센터와 함께 호흡기센터가 한눈에 들어온다. 백남심장센터가 의료원에서 가장 오랜, 1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의 센터라고 한다면 호흡기센터는 개소한지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은 신생 센터이다. 하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호흡기 질환 환자들의 수를 감안해볼 때 호흡기센터의 역할과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호흡기 내과는 내과의 주요 분과로서 내과 환자 뿐만 아니라 병원 전체의 환자 진료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대기오염때문에 호흡기와 관련한 질병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저희 호흡기센터의 의료진들은 풍부한 임상 경험과 전문적 지식을 갖추고, 환자들에게 최고의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막 진료를 끝낸 센터장 박성수 교수는 공휴일을 앞둔 월요일이라 외래환자가 많은 하루였다며 지친 기색이었지만 올해로 20년째 호흡기내과를 지켜온, 호흡기내과의 '산증인'답게 센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박 교수는 특히 세계 1,2위를 다투는 우리나라의 흡연율을 고려할 때 호흡기센터가 진료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의 조기발견과 함께 금연교육 등을 통해 예방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결핵 병동·전문 클리닉 운영

호흡기질환은 크게 폐암, 만성폐쇄성폐질환과 천식, 결핵, 급성호흡곤란증후군과 같은 일반적인 호흡기질환과 흉막질환, 폐렴과 같은 감염성 질환으로 나뉠 수 있다. 이들 호흡기질환 중 폐결핵은 최근 국가적 차원의 치료와 환자 관리가 이루어져 우리나라에서 사라져가는 질병으로 알고 있으나 최근 폐암 및 AIDS로 인하여 결핵의 유병률은 증가하고 있고, 아직도 주요한 사망 원인의 하나로 현재 4, 50만명 정도의 결핵 환자가 우리 주위에 있다고 한다. 호흡기센터는 결핵 환자들을 위해 대학 병원으로는 드물게 결핵 병동을 운영하고 있다.

호흡기센터는 또한 센터내에 전문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병원에는 폐암 클리닉과 천식 클리닉, 호흡중환자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며 구리병원에는 폐암과 호흡중환자 클리닉이 있다. 이들 전문 클리닉은 치료는 물론 질병의 조기 발견과 함께 예방과 관리 교육에 역점을 두고 운영되고 있다.

"폐암은 금연을 하게 되면 상당 부분을 예방할 수 있는 예측이 가능한 암으로 전세계적으로 가장 예후가 나쁜 암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날로 증가하고 있는 폐암의 진료에 있어서도 진단 뿐만 아니라 치료 및 장기적 예후 관찰까지 호흡기 내과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일관된 진료가 가능합니다. 저희 호흡기센터는 호흡기 중환자에 대한 집중적인 치료와 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급만성 호흡부전환자에서 보다 효율적이고 진보적인 기계적 호흡요법 등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박 센터장은 특히 호흡기 중환자에 대한 집중적인 치료와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흔히 ICU(Intensive Cure Unit)라고 불리우는 집중치료시설은 일반적인 의료설비로는 충분히 관리할 수 없는 중증환자나 대수술 후의 환자를 대상으로 24시간 계속 감시하여 필요에 따라서 신속한 구급조치를 하기 위한 것이다. 박 센터장은 "일반적으로 내과 중환자들이 함께 치료를 받고 있는데 호흡기 중환자실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집중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한양의료원의 경우 구리병원의 손장원 교수가 집중치료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와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호흡기센터에는 호흡기 질환의 진단과 치료를 위한 최신의 폐기능 검사 장비와 레이저 치료가 가능한 기관지 내시경 등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는데 충분한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알레르기 유발검사실과 호흡요법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풍부한 임상경험을 지닌 진료진과 전문 클리닉의 운영, 첨단 장비 등 호흡기센터는 삼박자를 두루 갖춘 최적의 진료환경을 자랑한다.

하지만 아직 보완해야할 부분도 있다. 무엇보다도 인적자원의 부족이다. 현재 서울 3명, 구리 2명의 교수와 1명의 전임의만으로 밀려드는 환자들을 소화하는 것이 아무래도 벅차다. 진료진이 부족하다보니 임상을 뒷받침할 연구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호흡기질환을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질병에 대한 연구와 진료가 보다 세분화되고 있는 추세속에서 임상을 뒷받침할 연구에 대한 필요성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박 센터장은 호흡기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장기적인 포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호흡기센터는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구리병원과의 유기적인 협조와 공동연구 등을 통해 최고 수준의 호흡기센터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지친 육신에 생명을 불어넣는 병동

 저녁 식사시간 무렵인데도 뜨거운 햇살은 쉽게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요즘은 환자들에게도 무척 힘겨운 날들일 것이다. 휴일 오후에 찾은 호흡기병동에서 만난 환자들은 표정이 없었다. 아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애써 고통을 속으로 감내하려 애쓰는 듯 했다.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죽음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환자들을 바라보는 호흡기센터의 진료진들과 가족들의 시선은 안타까움 그 자체에 다름 아닐 것이다.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들은 말 그대로 생과 사가 확연히 엇갈립니다. 생사의 갈림길을 헤매는 환자들을 바라보면 고통스러울 때도 많지만 고비를 넘기고 일반 병동으로 옮겨가는 환자들을 볼 때면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것과는 또다른 보람과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박은주 전임의는 중환자 치료에 관심이 많아 호흡기내과를 지원했다며 특히 인공호흡기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전문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소생할 가망이 없는데도 인공호흡기로 연명하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하고 "이는 환자 가족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 정작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환자가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었다"며 자신의 애로사항을 토로하기도 했다.

흔하디 흔한 것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듯 우리는 날마다 호흡하며 살아가지만 그 호흡이 자신의 삶을 지탱해주고, 유지시켜준다는 사실에 대해 무심한 편이다. 그리고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호흡기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고 살아간다. 호흡기병동의 환자들은 그 누구보다도 '숨쉰다'는 것의 의미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호흡기병동의 환자들의 자신들의 병들고 지친 육신에 소중한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의사, 간호사들과 애정과 믿음으로 서로 호흡하는지도 모른다.

 

2001-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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