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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찬 박동소리로 생명의 빛이 되는 백남심장센터
조회 3022 2016-02-16 23:23:13
 
 
심장, 생명력의 바로미터


 소강상태로 접어든 장마전선은 기온을 한껏 올려 놓았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배어 나오는 날씨가 계속되었다. 심장 박동수는 체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체온이 1℃ 상승할 때마다 박동수는 약 8번이 증가한다는 것이다.열발산이 왕성해져 혈액 순환이 잘 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번 더위가 얼마나 더 심장을 뛰게 할지, 가만히 땀을 닦으며 힘차게 움직이는 심장 박동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두 개의 심실과 두 개의 심방으로 된 주먹 크기 만한 장기(臟器) 심장. 비록 주먹 크기에 불과하지만, 심장은 끊임없이 박동하여 생명력을 나타내는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심장이야말로 인간의 장기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장기라 단정할 수 있다. 인체의 어느 한 곳인들 제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지 않겠는가마는 심장의 건강은 그야말로 생명의 삶과 죽음에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그래서인지 서관 3층에 자리잡은 백남심장센터(센터장 심장내과 임헌길 교수)는 병원내 다른 어느 곳보다도 엄숙하고 정숙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바쁘게 걸음을 놀리는 의사들의 구둣발 소리만이 이 곳이 촉각을 다투며 생명을 다루는 곳임을 일러주었다.
 한양의료원에서 센터가 마련된 것은 백남심장센터가 최초이다. 그것은 심장이 인간의 장기 중에서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니 심장센터도 그만큼 한양의료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1984년에 센터가 설립되었으니 벌써 18년이나 지났다. 그 시간을 지내오는 동안 백남심장센터는 다 자란 어른같이 한결 믿음직스럽고 든든해졌다.
 "무엇보다도 심장은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 장기이기 때문에 인간의 생명을 다룬다는 자부심이 가장 큽니다. 언제나 긴장하고 있어야 하는 곳이라 그만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기는 하지만,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만큼 생명이 고귀하다는 것을 몸소 가르쳐 주는 것도 드뭅니다. 사실은 생사를 넘나들며 병마와 싸우는 환자들에게서 오히려 생명의 소중함이랄까 하는 것들을 배우는 셈입니다."
 센터장 임헌길 교수는 죽음을 부르는 병마를 이겨내려 허약한 심장 박동을 참아내고 있는 환자들을 보면서 생명의 존귀함을 느낄 때가 많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삶에의 강한 의지 앞에서는 죽음도 쉽게 다가오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사랑 담긴 의술·최신 시설로 치료


 심장과 관련된 모든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백남심장센터에는 약 20여 명의 의료진들이 사랑으로 모였다. 심장내과, 소아과, 흉부외과, 방사선과, 핵의학과, 마취과, 재활의학과 등이 심장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밤낮으로 불을 밝히고 있다.
 99년 발표한 통계청의 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사망원인의 2위를 차지하는 것이 심장질환이라고 한다. 임 교수는 대부분의 돌연사 원인이 심장질환이라고 했다. 그만큼 심장질환은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은 여름이라 횟수가 덜한 편이지만 겨울철로 들어서면 심장질환의 위험도도 높아진다고 한다.
 심장질환은 크게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을 포함하는 관상동맥질환, 고혈압성 심부전과 좌심실 비대증을 포함하는 고혈압성질환, 판막성심질환, 선청성심질환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가장 환자가 많은 것은 관상동맥질환이다. 이는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하여 충분히 혈액이 공급되지 못하여 심장이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함으로 생기는 질환을 일컫는다.

백남심장센터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중앙부에는 최신식의 설비를 갖춘 검사실이 늘어서 있다. 심전도 검사실, 심초음파 검사실, 운동부하 검사실, 핵의학 검사실이 늘 친절한 웃음이 떠나지 않는 간호사실 뒤쪽으로 늘어서 있다. 검사실 곳곳을 소상히 소개해 주는 임 교수의 얼굴에서는 소중한 생명을 살린다는 자부심이 엿보였다.
 운동부하 검사실에서는 헬스클럽에서 보는 런닝 머신과 유사한 다단계 답차 위에서 운동을 하면서 혈압, 맥박 등의 변화를 관찰한다고 한다. 가슴 부위에 통증을 느끼는 환자가 심장 혈관 질환 환자인지 판별하는 장치라고 한다. 또한 심초음파 검사실에서는 초음파를 이용하여 심장의 내부 구조와 피의 흐름을 직접 확인하여 심부전, 심장판막증, 선천성 심장병 등에 관한 빠르고도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막힌 심장 혈관을 개통하기 위해서는 혈관의 막힌 부위와 정도를 정확히 알아야 하므로 직접 심장 혈관을 그려내는 관상 동맥 조영술이 필요합니다. 또 심장 판막 질환이나 선천성 심장병도 정밀하게 심장 내부의 압력과 산소양을 측정하고 병변 부위를 확인하여 수술 계획을 세우기 위해 심도자술을 시행합니다."
 김경수 교수는 심도자술 및 관상동맥 조영술 기계를 직접 조작하여 보여주며 이로써 백남심장센터의 시술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심장내과 전문의에게는 "생명과 직결되는 질환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세밀함과 신중함이 요구된다"고 지적하는 김 교수는 "쇼크 상태로 들어와 의식이 없던 환자가 치료 후 제 발로 걸어나가는 것을 볼 때마다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흉부외과 김영학 교수도 "방사선을 차단하기 위해 2,30 킬로그램에 달하는 납옷을 입고 조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상태에서 환자의 심장을 건드려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위험 부담도 크고, 사실 그만큼 힘들기도 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이내 환한 표정을 지으며 "백남심장센터의 '관상동맥클리닉'에서는 과거의 복잡하고 위험한 수술을 간단하고 안전한 수술로 인식을 바꾸어 놓았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치료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술과정에서의 진보된 심근보호, 정확하고도 빠른 시술, 그리고 수술 후의 철저한 환자 관리에 의해 이룬 백남심장센터가 크나큰 성과를 이루어냈다는 것이었다.  

 

  

환자 맥박 힘차게 뛸 때 보람 느껴

 센터의 중앙에 위치한 간호사실에서 의사들과 환자들을 연결하며, 언제나 천사와 같은 미소를 띠고 있는 김선영 간호사는 "환자들의 맥박이 힘차게 뛸 때마다 모든 힘든 일을 잊게 된다"고 말했다.
 응급환자가 많아 당직이라도 하는 날이면 밤새 생사를 넘나드는 환자들을 돌보기가 예사라고 한다. 그래도 밝아오는 여명 아래 편안히 숨을 쉬며 죽음의 고비를 넘긴 환자들을 보면 어깨를 짓누르던 피로도,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해 충혈된 붉은 눈도 뿌듯한 자부심으로 녹아 내린다는 것이다.
 김 간호사의 말을 듣자 백남심장센터에 있는 의료진이라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자신의 노고가 환자들에게 힘찬 맥박이 될 수 있다면, 그들의 심장을 건강한 청년의 것처럼 뛰게 할 수 있다면 하고 바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늘 24시간 응급상황에 대비하고 밤이면 응급실로 뛰어드는 일이 허다하다고 말하면서도 전문의들의 얼굴에서 피곤한 기색을 찾아볼 수 없는 것 아니었을까.
 병원을 나서자 여전히 뜨거운 햇살이 내려앉았다. 에어컨 바람으로 차갑게 식었던 체온이 다시 조금 높아질 것이었다. 심장 박동수는 다시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어쩌면 응급실과 치료실을 향해 사랑이 담긴 인술을 들고 뛰어다닐 백남심장센터 진료진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것만 같다.

 

 

2001-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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