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인턴과정을 준비하는 의과대학 졸업생 한상봉(본과96학번)씨는 올해 큰 선물을 받았다. 제9회 천체사진공모전에서의 대상이 그것이다. 지난 4년 간의 노력과 열정으로 영예의 대상을 거머쥔 아마츄어 천체 사진가 한상봉씨는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날씨를 분석하는 일로 아침을 열었다고 한다. 덕분에 이젠 웬만한 기상은 예측할 수 있게되었다는 그를 만나 천체 사진촬영의 계기와 촬영 중 맺은 소중한 인연에 대해 들어보았다.
- 우선 대상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천체사진전 응모가 이번이 처음인지
감사합니다. 사진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97년 이후 응모를 통해 두 번의 장려상을 수상했습니다. 한 번은 97년 추석에 개기월식이 있었을 때 고도의 테크닉을 요하는 지구 그림자를 찍어서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진을 찍기 위해 9개월 동안 기반을 다지고 3개월 동안은 주위 분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촬영준비에 완벽을 기했습니다. 이때의 자료는 저의 홈페이지(www.astrokorea.com/astro)에 모두 올려놓았습니다.
- 올해의 대상이 본인에게 갖는 의미는
올해 상의 가장 큰 의미는 촬영이 어려운 전갈자리를 최고의 질로 담아냈다는 것과 디지털 이미지 프로세싱으로 출품한 작품이 선정되었다는 데 있습니다. 디지털 이미지 프로세싱은 쉽게 말해서 촬영한 사진을 포토?으로 작업하는 방식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기법이지만 우리나라는 그동안 조작이라는 인식이 강했거든요. 98년부터 논쟁을 참 많이 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작품의 선정으로 디지털 이미지 프로세싱에 대한 인식이 상당하다는 변화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남아있는 논쟁의 소지가 이번 기회를 통해 완전히 잠식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천체사진촬영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직접적인 계기는 93년도에 선배가 찍은 달의 연속촬영 사진을 보고 난 이후였습니다. 그 사진은 제2회 천체 사진공모전의 동상 수상작이었는데 아직도 그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어요. 막연히 천체는 천문대에서만 관측과 촬영이 가능한 줄 알고 있다가 그때서야 일반인들도 소형 망원경을 이용해 촬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그 사실은 도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할 만큼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렇게 도전할 수 있었던 데는 어릴 때부터 물리와 천체에 관심이 많았던 것도 한 몫 할겁니다. 제가 천체에 대해 낭만적인 시각보다는 과학적인 접근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라는 작품을 통해서 였거든요. 천체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분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 사진촬영을 위해서는 많은 장비가 필요할텐데 모두 직접 구입하신 건지
물론 사비로 구입한 것은 아닙니다. 별자리 사진촬영에는 카메라 외에도 망원경과 별을 추적하는 마운트(가대), 경통 등 많은 장비가 필요한데 제가 소유하고 있는 카메라만도 100만원이 훨씬 웃도는 고가장비입니다. 모든 장비를 합하면 2천여 만원에 달하여 동아리에서 도움을 받게 된 것입니다. 물론 그 비용은 동아리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마련한 비용이었구요. 현재는 동아리 장비가 아닌 천체 사진가인 조상우씨에게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 천체사진으로 맺게된 소중한 인연이 있는지
물론입니다. 특히 기억나는 사람은 김지훈이라는 후배와 현재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조상우씨입니다. 지훈이는 천체사진에 남다른 열의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 친구가 회장을 맡았을 때 무리하면서까지 동아리에 외상으로 장비를 들여놓게 된거죠. 장비를 들여놓고 한 겨울에 그 친구와 밤마다 직녀관 옥상에서 무작정 사진을 찍었습니다. 지금 그렇게 하라면 못 할거 같아요. (웃음) 그리고 조상우씨는 나우누리 천문동호회 회장을 맡고 계셨었어요. 아마츄어 천체사진가의 대부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제가 실력을 쌓아가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신 분이고 지금 역시 그 분과의 소중한 만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수상작인 전갈자리에 대해서
전갈자리는 남쪽 하늘에 뜨는 별자리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촬영이 어렵습니다. 호주에서 쉽게 찍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북반구에 있기 때문에 늦은 봄과 초여름 사이에 남중 할 때 만 촬영이 가능하죠. 촬영 중 문제는 별자리가 지평선 가까이에 있고 우리나라의 날씨가 잦은 황사와 장마, 태풍 영향권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외에도 도시의 불빛인 광해와 먼지청과 수증기 등 많은 장애물이 있어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전갈자리 사진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제가 찍어보기로 한거죠. 전갈자리의 키 포인트는 유난히 노랗게 보이는 부분인 심장과 그 아래쪽에서 빛나는 꼬리 부분입니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해 5개월을 투자했습니다. 고생도 많이 했지만 이 정도의 작품이 나온 것은 운도 따라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제 전공대로 전문의 과정을 마치려면 한동안 천체사진촬영이 어렵겠지만 천체 사진 촬영에서의 목표는 별자리 88개를 모두 찍는 것입니다. 우선은 국내에서 찍을 수 있는 60개를 촬영하고 호주에 가서 88개 모두 완성할겁니다. 지금 가장 아쉬운 것은 한동안 별자리 사진을 찍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죠. 지금은 별자리와 정을 떼고 있는 중입니다.
촬영을 하러 다녀오면 고단함 때문에 후회하면서도 다음날 날씨가 좋으면 또 장비를 챙겨들고 강원도 산 속으로 별을 찾아 나서게 된다는 한상봉씨. 고된 과정이라서 주위사람에게 권유하지 않는다는 그는 '작품'이 나왔을 때 느끼는 희열은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며 자신도 모르게 '천체 예찬론'을 펼치고 있었다. 그의 예찬론 때문이었을까. 깜깜한 밤이 되어 돌아오는 길, 유난히 총총한 별이 서울하늘에 보석처럼 박혀있었다.
2001-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