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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종양 진단을 위한 새로운 방법
조회 9788 2016-02-18 14:07:35

 

"위에 종양이 발견 됐습니다." 의사의 덤덤한 말투와 달리 환자는 심장이 덜컥 떨어지는 기분이다. 이 종양이 그대로 둬도 상관 없는 단순한 양성 종양인지, 치료가 불가피한 암 종양인지도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이제까지 위 점막 아래에 생긴 종양은 이처럼 정체가 모호해 환자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항락 교수(의대·의학)는 기존에 있던 위 내시경 절제술에 자신의 활용법을 접목해 환자들의 종양의 정체를 밝혀내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점막하 종양, 암인지 아닌지를 밝혀주마

위벽의 두 번째에서 다섯 번째 층에서 자라나는 위 점막하 종양은 사진과 같이 가장 위에 있는 위벽층을 뒤집어 쓴 채로 자라나 종양의 성격을 확진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대두되며 종합건강검진을 받는 사람의 수도 크게 늘고 있다. 동시에 위벽에 자라난 종양의 발견도 늘어나, 현재 성인 100명 중 두 세 명은 위벽의 두 번째 층 이하에 위치한 점막하 종양(SET: Subepithelial tumor)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나이가 들 수록 유병률이 높아지는 점막하 종양은 생성 원인이 불명확하고 뚜렷한 증상도 없어 발견이 어렵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크기가 증가할 경우 소화 기능을 떨어뜨려 복통과 혈변, 구토 증세를 일으키고 악성 종양인 경우 다른 장기로의 전이 및 위궤양을 발생시킨다.

문제는 이 종양들이 일상 생활에 문제가 없는 단순 양성 종양(Benign tumor)인지 암이 될 가능성이 있는 전암(前癌) 단계의 종양(Malignant tumor)인지 판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위벽은 여러 개의 층으로 구성돼있는데, 위암을 유발하는 종양은 대개 가장 위쪽의 층에 자라나 모양과 색깔 등 암 진단에 필요한 정보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반면 점막하 종양은 두 번째에서 다섯 번째 층에서 자라나, 가장 위에 있는 위벽층을 뒤집어 쓴 혹 같은 모양으로 존재해 위벽층 아래에 있는 종양의 성격을 확진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러한 까닭에 대부분의 의사들은 점막하 종양의 지름이 2cm 이상이면 절제, 그렇지 않으면 추후경과를 살펴보는 수밖에 없었다.

이항락 교수(의대·의학)의 새로운 종양 판별 방법은 국제적 내시경술 전문지 엔도스코피(Endoscopy) 10월호에 실려 표지를 장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항락 교수(의대·의학)는 점막하 종양의 정체를 뚜렷하게 밝히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냈다. 내시경에 달린 칼로 암세포를 직접 제거하는 내시경 점막하 절제술(ESD: Endoscopic submucosal dissection)을 활용한 것. 이 교수가 고안한 방법은 내시경이 종양에 도달하는 단계까지는 내시경 점막하 절제술과 같은 과정을 밟지만, 이후에는 종양을 제거하는 대신 세포만 추출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내시경에 달린 수술용 칼로 종양을 아주 작게 잘라 세포를 얻은 후 다시 도려낸 부위를 꿰매는 것이다. 이로서 이전까지 육안 관찰만 판단해 제거 했던 종양을 생검(생체에서 조직의 일부를 메스나 바늘로 채취하는 것)을 통해 정확히 파악해 종양이 단순 양성인지 전암 단계인지를 판별하고 난 후 시술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 교수가 만들어낸 방법을 통해 수면마취나 금식이 불필요한 15분 정도의 짧은 내시경 검사로 종양 진단의 정확도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 실제로 우리대학 병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위 방법을 사용한 결과 수술이 예정돼 있던 환자 40명 중 14명에 해당하는 35%의 종양이 전암 단계가 아닌 단순 양성으로 판별돼 불필요한 수술을 줄일 수 있었다. 이 교수의 이러한 발견은 국제적 내시경술 전문지 엔도스코피(Endoscopy) 10월호에 실려 표지를 장식했다.

궁금증을 푸는 과정에서 환자를 보호할 답을 찾다

89년 우리대학 화학공학과에 입학했던 이 교수는 1년 재학 후 다시 의대에 들어가기 위해 대학입학시험을 치렀다. "당시 의대는 공대에 비해 크게 각광받는 학과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좀 더 남에게 도움을 줘서 존경 받으며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직업을 생각하다 의사의 꿈을 키우게 됐습니다." 과감한 결단을 통해 의사가 된 이 교수는 조기 위암과 대장암 제거 시술을 2000회 이상 행한 암 분야의 전문가가 됐다. 그리고 계속된 연구의 결과가 바로 내시경 점막하 절제술을 활용한 종양 검사법이다.

이 교수가 새로운 검사 방법을 고안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이 교수는 진료를 담당했던 환자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20대 학생의 위에서 혹이 발견 됐어요. 3cm가 넘는 꽤 큰 혹이었는데 위치도 식도와 위가 만나는, 수술이 까다로운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개복 수술을 권했는데 학생이 수술을 몹시 꺼려했습니다. 아직 젊은 20대 여학생이었는데 수술을 해서 흉이 지면 비키니를 입는 것 같은 평범한 행동들도 섣불리 하기 어려워지잖아요. 그렇다고 그대로 두기엔 혹이 암일 가능성이 있었죠. 고민을 하던 중 문득 내시경을 이용한 생검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환자의 마음을 헤아려 수술을 줄이려는 고민이 새로운 방법을 탄생시킨 것이다. 다행히 생검을 통해 혹을 검사해본 결과, 환자의 혹은 단순 근종으로 밝혀졌다. 이 교수의 확인법이 없었다면 불필요한 수술로 평생 남을 흉터가 생길 뻔 했던 것이다. 학술지를 본 다른 의사들을 통해 의학계에도 새로운 치료의 바람이 조금씩 불고 있다. "제가 발표한 방법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시술법을 차용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환자를 우리대학 병원으로 보내주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이 교수가 4년 동안 모은 환자들의 데이터와 수천 번이 넘는 위, 대장암 수술의 경험을 접목시킨 결과였다.

이 교수는

이 교수는 늘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연구의 원동력이라는 뜻을 밝혔다. "앞으로는 점막하 종양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위장관 간질종양(GIST: Gastrointestinal stromal tumor)과 간제 종양의 발병 원인을 밝혀내는 연구를 할 예정입니다 연구는 늘 제가 궁금한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에요. 치료 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질병을 탐구해서 해결법을 찾아내는 거죠. 앞서 말한 두 병의 발병 원인은 무엇인가 하는 저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앞으로도 연구를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최정아 기자
shaoran007@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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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권요진 기자
loadingman@hanyang.ac.kr

201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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