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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성 질환에 한 줄기 희망을
조회 5640 2016-02-18 14:03:55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여전히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대표를 시작으로 정재계 및 연예계 유명인사뿐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따뜻한 얼음물’ 세례가 잇따랐다. 이번 여름 뜨겁게 주목 받은 희귀질환 근위축성측색경화증, 이른바 루게릭병에 희망의 빛 줄기가 비췄다. 한양대학교병원 난치성 신경계질환 세포치료센터가 코아스템㈜과 공동으로 개발한 ‘뉴로나타-알’이 식약처에서 세계 최초 루게릭병 치료용 줄기세포치료제의 품목 및 시판 허가를 받아 화제다.

희귀질환 치료는 한양대병원 세포치료센터로

한양대학교병원 난치성 신경계질환 세포치료센터(이하 세포치료센터)는 2010년 보건복지부 병원특성화 연구센터 사업에 선정되면서 개설됐다. 병원특성화 사업은 병원이 보유한 경쟁력 있는 특화분야를 중점적으로 육성해 의료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병원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실시하는 대규모 국가지원 연구사업이다. 신약 및 신 치료법 개발에 대한 실용화를 지원한다. 신약개발의 평균 기간이 10년 이상으로 매우 길고, 산업화 과정의 위험도 크기 때문에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 지원이 절실한 상황. 정부의 도움아래 개설된 세포치료센터는 주식회사 코아스템과 함께 연구를 진행해 왔다.

한양대학병원 난치성 신경계질환 세포치료센터(이하 세포치료센터)는 2010년 보건복지부 병원특성화 연구센터 사업에 선정되면서 개설됐다.

한양대병원 세포치료센터에는 루게릭병을 비롯해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뇌성마비 등 다양한 난치성 신경계 질환 클리닉이 개설돼 있다. 치료법이 없는 희귀질환들에 대해 세포치료법을 연구하는 것. 줄기세포치료의 임상 적용과 기초 연구를 총망라하는 것을 목표로 끊임없이 연구를 이어왔다. 왜 줄기세포에 집중한 것일까. 치료에 이용하는 줄기세포는 개개인의 몸에서 채취한다. 환자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져 병의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게 되는 것. 뿐만 아니라 본인의 골수에서 채취해 면역거부반응이 없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투자 및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신경계 질환에서는 손상된 세포를 재생하는 등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해 더욱 중요하다.

세계 최초 시판허가 루게릭병 줄기세포치료제

세포치료센터장 김승현 교수(의대·의학)는 지난 8월 3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흔히 ‘루게릭병’으로 불리는 근위축성측색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은 운동신경세포가 파괴되면서 전신 근육이 점차 마비 되고 위축이 생기는 병이다. 1930년대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루 게릭이 1941년 이 질병으로 사망한 이후로 ‘루게릭병’으로 알려지게 됐다. 대개 발병 후 3~4년 안에 호흡기관 근육이 마비돼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한다. 병이 그 이상 진행하면 호흡에 필요한 흉곽 근육들까지 마비돼 인공호흡기를 사용해도 호흡을 할 수 없게 된다. 발병하면 평균 3~4년 안에 사망에 이르러 ‘가장 잔인한 병’이라고도 불린다. 환경, 독성, 면역체계 등 복잡인자에 의해 발병하는 것으로 연구돼 왔으나 아직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치료가 어려운 것도 이 때문.

이번에 시판 허가를 받은 ‘뉴로나타-알’은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다. 루게릭병 환자 본인의 골수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약 4주간 분리 및 배양한다. 이 과정에서 얻어낸 1억 개 이상의 줄기세포를 환자의 뇌척수강 내로 다시 투여한다. 한 달 간격으로 두 번 반복 투여해 치료를 진행한다. 환자 몸에 투여된 내인성(內因性) 줄기세포는 줄기세포가 분비하는 신경보호 및 성장인자, 항염증인자, 면역조절인자를 극대화한다. 지난 1월, 4년 동안 진행한 연구로 얻어낸 루게릭병 줄기세포치료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은 것에 이어 품목 허가와 시판 허가 역시 받아냈다. 현재 세계에서 품목 허가를 받은 줄기세포치료제는 총 5건으로, 그 중 루게릭병 치료용 줄기세포치료제는 ‘뉴로나타-알’이 처음이다. 세포치료센터장 김승현 교수(의대·의학)는 “세계적으로 규제가 까다로운 우리나라 식약처의 승인을 거친 치료제”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루게릭병의 치료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국 식약처(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에서 승인한 릴루졸(Riluzole)은 현존하는 유일한 루게릭병 치료제로 알려져 있다. 운동세포를 망가뜨리는 ‘글루탐산’이라는 독성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며, 환자의 생존 기간을 2-3개월 연장할 수 있는 게 기대할 수 있는 최대 치료 효과다. 김 교수에 따르면 신경퇴행성질환인 이 병은 완치가 없다. 다만 이번 시판 허가를 받은 ‘뉴로나타-알’은 기존 치료제에 비해 현저하게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치료 효과를 보인다. “퇴행성 질환은 쉽게 말해 노화 현상이라는 거예요. 루게릭병은 노화 현상이 비정상적으로 빨리 오는 거죠. 의학의 역할은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춰 ‘사람’으로서의 가치와 존재감을 좀 더 오랫동안 느끼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돕는 것입니다.”

“희귀난치병 환자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해”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모금활동의 일환으로 시작된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는 우리대학 구성원들 역시 동참해 시선을 모았다. ERICA캠퍼스 총학생회장 나현덕(경상대·경영 4) 씨가 ERICA캠퍼스 박상천 부총장을 지목하면서 교수들에게도 확산됐다. 박 부총장은 “사회의 아픈 일들을 서로 위로하고 공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됐으면 한다”며 “일회성이나 전시성 행위가 아닌 아픈 이들의 아픔을 공유하는 마음으로 퍼지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히며 SNS에 동영상을 게재했다. SNS에는 ‘한양 아이스 버킷 챌린지’라는 페이지가 생겨나며 재학생들의 참여가 이어졌다.

한양인들의 '아이스 버킷 챌린지'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25일 ERICA캠퍼스 박상천 부총장 역시 SNS에 동영상을 게재하며 동참했다.

일각에서는 보여주기 식 놀이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들에게 관심을 주는 계기가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루게릭병을 치료하는 김 교수도 감회가 남다를 터. “소외됐던 병이 부각이 된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다만 특정 질환만 주목을 받기 때문에 비슷한 희귀질환 환자들이 소외감을 느낄까 염려하는 면도 있죠. 희귀질환 후원제도가 빈약한 실정입니다. 일회성으로 유행 따라 흐르는 게 아니라 1년 내내 난치병 환자들에 대한 관심과 후원이 필요합니다.”

‘뉴로나타-알’이 품목 허가와 시판 허가를 받으며 상용화가 가능해졌다.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고통 받아 온 환자와 가족들에게도 희망이 생긴 것. 김 교수는 “보건복지부사업 일환인 만큼 국내환자가 의료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조율 중에 있다”며 “보다 더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받아 편안해지는 게 의사로서의 바람”이라고 전했다. 세포치료센터는 이번 허가를 발판으로 삼아 줄기세포치료제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루게릭병 뿐만 아니라 다른 난치성 질환에도 줄기세포치료제 적용을 확대할 예정이다.

줄기세포치료제 개발로 난치병 환자들에게 한 줄기 희망이 생겼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의 열기와 더불어 난치병 환자들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이 필요하다.








조지윤 학생기자
ashleigh@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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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요진 사진기자
loadingman@hanyang.ac.kr
박보민 사진기자
marie91@hanyang.ac.kr

 

2014-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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