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캠퍼스 백남음악관에서 우리대학 의과대학 오케스트라 동아리 '키론(CHIRON)'의 제 40회 정기연주회가 열렸다. 이번 연주회는 '키론' 창단 40주년을 맞아 선후배들이 함께 어울려 한양의대의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장을 보여주는 특별한 무대를 준비했다. 원년멤버였던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이끌어 와 어느덧 중년에 이른 '키론'. 오랜 기간 동안 선후배 우정이 끈끈하게 이어져 내려 올 수 있었던 '키론'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의학과 음악의 신 CHIRON
'키론'은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73년에 김윤호 초대 회장이 창설해 1976년 제 1회 정기연주회를 개최했다. 당시 의과대학 1학년이었던 김 회장은 서울대학교 오케스트라 동아리에서 객원으로 첼로연주를 했을 만큼 첼로에 소질이 있었고, 오케스트라 동아리에 관심이 많았다. 당시 의과대학 내에서 취미활동으로 기악, 합창, 클래식, 기타를 하는 모임은 있었지만 오케스트라 동아리가 없는 것이 아쉬웠던 김 회장. 그 해 '키론'을 창단했다. 초반엔 인원모집이 어려워 5기 때 까지만 해도 5명 정도였다. 적은 인원에도 불구하고 음대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매년 정기연주회를 치르던 키론은 이후 79년도에는 전국 의대음악경연대회에도 출전할 규모로 성장했다. 이런 시간을 거쳐 지금은 재학생들과 더불어 원년멤버 교수들, 선배들과 함께 연주회를 여는 의대 오케스트라 동아리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창단 초반엔 합창, 클래식, 오케스트라, 기타를 함께 구성해 '음악반' 으로 부르며 함께 활동했지만, 후엔 각자 나뉘어져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의견을 모아 '키론'이라는 이름을 지어 활동하게 됐다. '키론'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의학과 음악의 신으로서, 선량하고 정의를 존중하는 온화한 성품을 가진 그리스 신화의 많은 영웅들의 스승으로 알려져 있다. '키론'은 이 정신을 이어받아 본업인 의학의 수련에 매진할 뿐만 아니라 음악으로 삶을 풍요롭게 하고 키론과 같은 좋은 지도자가 되도록 노력하고자 이 이름을 지었다. 현재 '키론'은 대대로 음악을 사랑하는 우수한 의료인을 배출하는 것은 물론 국내 3대 의대 오케스트라로 유명해졌다.
선후배가 함께 어우르는 무대
이번 40회 연주회는 숫자가 의미하듯 구성원들에게도 뜻 깊은 무대가 됐다. 많은 선배들이 이번 공연을 위해 후배들을 찾아와 도움을 주고, 공연에도 동참하며 선후배 사이를 다졌다. 또한 40번째 공연이기 때문에 이전보다 학생들의 실력도 많이 늘었고, 연주회의 질도 높아졌다.
'키론'의 지도교수이자 5기 멤버였던 이영호 교수(의대∙의학)에게도 이번 무대는 남달랐다. "40회 공연은 정기공연 최초로 의대 합창동아리와 합동연주를 한 무대였는데, 40주년 행사의 의미를 부각시켜 더 많은 선후배 학생들이 어우러져 협연을 하기 위한 의미도 있고, 합창동아리도 예전엔 '키론'의 일부였다는 역사를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이 무대를 고안하게 됐습니다." 학부시절 동아리 활동을 굉장히 즐겼던 이 교수. 타과 학생들과 함께 한 영어동아리, 연합동아리, 서울시 동아리 활동 등 교내 동아리는 물론 외부 동아리 활동도 했지만 가장 애착을 가진 동아리는 단연 '키론'이었다고. 타 대학에서 17년간 교수생활을 마치고 2005년 모교로 돌아온 이 교수는 학생동아리에 대한 동경심과 애착심으로 인해 자신이 활동했던 동아리의 지도교수를 맡게 됐다. 악기를 전혀 다뤄본 적 없던 이 교수의 오케스트라 활동은 그의 학부시절은 물론 현재 의사생활에도 많은 도움을 줬다고 했다.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면서 바이올린을 배우게 됐어요. 바이올린을 연주하면서 느낀 것은, 내 소리만 잘 내려고 노력하는 것 보다 다른 사람 소리를 들어야 내가 화음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것은 의사생활은 물론 다른 조직생활 하면서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에요. 무슨 일을 하든지 내 목소리를 내려면 다른 사람 소리를 먼저 들어야 조직이 하모니를 이루게 되는 것이죠."
이 교수의 이런 마음은 실제 그의 의사 생활에도 적용된다. 환자에게 의료적인 접근뿐 아니라 사회∙심리적인 접근 또한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는 악기연주가 의학적으로도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우리대학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를 담당하고 있는 그는 "손 쓰는 것이 부자연스러운 아이들이 악기를 연주하며 음악을 다루게 하는 것이 치료는 물론 정서에도 굉장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여러 환자들이 음악을 접할 수 있도록 '키론' 학생들과 함께 백혈병 소아암환자들을 위한 연말행사를 위해 병원에서 선보이기도 한다.
'키론'의 재학생 회장 김재한(의대∙의학 2) 씨는 이번 무대는 자신의 마지막 무대이자 가장 기억에 남을 연주회라고 했다. "회장으로서 준비를 많이 한 공연이기도 했고 3년 반 동안 벌써 4번째 공연인 이 무대를 끝으로 동아리 활동을 마무리하게 돼서 아쉬움과 뿌듯함이 교차하는 무대였습니다." 김 씨 역시 처음부터 악기에 소질이 있거나 관심이 있어서가 아닌, 그저 '우연한' 계기로 '키론'과 인연을 맺게 됐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선배의 멋진 모습에 끌려 무작정 이 동아리에 들어오게 됐어요. 초반엔 악기를 잘 다루지 못하는 탓에 선배들이 무작정 시키는 대로 따라 했는데, 회장을 맡게 된 후에 애착이 더 많이 생겼어요. 제 삶에 '키론'이 큰 의미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의대 학생인 만큼 학부 생활하기에도 바쁜 와중에 오케스트라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까지 음악을 하는 이유를 물었다. "다른 과보다 학기 기간도 길고 시험도 많아서 사실 학업 스트레스가 굉장히 많아요. 이런 빠듯함 속에서 음악을 통해 잠깐이나마 여유를 찾고 함께 음악을 즐기고 연주를 하며 스트레스도 풀고 다른 사람에게도 음악을 공유하고 싶어서죠."
아직 끝나지 않은 연주
현재 '키론'은 의예과, 의학과 1,2학년 학생들과 의학전문대학원 1,2학년 학생들을 포함해 43명의 인원으로 구성돼 있다. 공연 직전에는 아침9시부터 오후5시까지 연습을 하며 친목과 단합을 위해 방학엔 4박5일로 뮤직캠프를 떠나 합숙연습도 마다 않는다. 매주 얼굴을 맞대며 연주하는 와중에도 힘들고 지치기 보다는 화음을 만들어내는 뿌듯함과 화목함 속에서 늘 웃으며 연습한다고. 이번 40회 공연 또한 그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선후배가 함께 만들어낸 아름다운 공연에 대해 의과대학 노영석 학장은 "이런 음악 활동이 훗날 학생들의 예술적,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며 "인간의 질병을 치유하기를 소망하는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전달하는 또 다른 치유자의 길을 키론이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이름만큼 값진 활동과 뜻을 펼쳐나가고 있는 '키론'. 힘들고 지칠법한 삶 속에서 선후배가 함께 소중한 경험과 추억을 만들어 서로에게 버팀목이 돼주기도 하고, '키론'을 통해 한층 더 성숙한 의료인의 모습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 교수는 "의대 오케스트라라고 해서 의대 학생들만의 축제만이 아닌 어느 누구나 함께 어울려 무대를 즐기셨으면 좋겠다"며 "오케스트라 연주에 관심 있는 다른 단과대학 학생들이 있다면 주저 말고 문을 두드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록 프로의 실력은 아니더라도 각자 음악을 위한 순수한 마음을 담아 관객들에게 뜨거운 감동의 무대를 선사하는 '키론' 단원들. 오늘도 그들의 하나되는 아름다운 선율이 여름 밤을 수놓는다.
- 이진화 학생기자
- evol41@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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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유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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