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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괜찮은가요?
조회 6130 2016-02-18 12:50:06

현대사회를 '우울증을 만들어 내는 공장'이라고 칭한다. 상실과 스트레스, 잘사는 나라일수록 어린 시절부터 가족과 학교, 사회로부터 엄청난 압박을 받는다. 그 결과 많은 청년들이 학업, 외모, 재산, 지위 등 여러 면에서 비현실적이라고 할 정도로 높은 기대치를 갖게 된다. 현실이 그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강한 상실감을 경험하고, 이는 우울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학생 자살 평균은 한 해 200~300명으로, 정신적인 문제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우울증을 '질병'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우울증 환자의 10%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에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대부분의 우울증은 한달 정도의 약물치료와 상담만으로 회복될 수 있으니 우울증 자가 진단 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생들의 근처에도 만연한 우울증, 그 우울감을 나누고 도움을 얻고자 상담센터를 찾았다. (어려운 이야기임에도 취재에 협조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개인의 이야기를 익명으로 실었음을 알려드립니다. 편집자 주)

우울증, 당신에게도 찾아올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의하면 국내 우울증 환자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정신건강에 대한 주의와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모 씨는 대학 진학 후 진로적성 때문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자신이 전공공부에 전혀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답지와 해설을 보며 공부하는 것에 회의감을 느낀 이 씨는 그것들에 의존하지 않고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하면 할수록 공부에 흥미를 잃었고 급기야 3학년 2학기 중간고사 때 백지를 내는 사태가 발생했다. 참담한 학점에 부모님과 크게 마찰을 빚은 이 씨는 학사경고를 받고 입대 한 후 자진유급을 결정했다.

그러나 제대 후 복학을 해도 이 씨의 진로문제는 나아지지 않았다. "학교 다니는 것도 재미가 없고 학과 사람들과도 거의 모르는 사람처럼 지냈어요.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니 삶에 회의감이 들어서 자살을 결심하기도 했습니다." 이 씨는 한강 대교에서 뛰어내릴 작정을 했다. 처음에는 무서워서 뛰어내리지 못했고, 두 번째로 한강 대교에 가기 전 그는 평소 친분이 있던 교수님께 자신의 상황을 상세히 적은 메일을 보냈다. 교수님은 바로 학교에 위기상담을 요청했고 이 씨는 한양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게 됐다. 요즘 이 씨는 글을 쓰며 우울한 기분을 해소하고 있다. 여전히 자살충동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삶에 대한 회의감이 들거나 무기력감을 느낄 때 이 씨는 상담을 받거나 글을 쓰며 하루를 보낸다.

김 모씨는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증과 '착한아이 콤플렉스'가 본인을 좀먹었다고 말했다. 4학년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휴학을 한 그녀는 성적도 우수하고 교우관계도 원만하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낀 적이 한번도 없다고 했다. "작은 실수라도 할 까봐 항상 불안했어요. 다른 사람과 친해지는 것도 진심이 아니어서 인간관계도 언제나 피상적이었고요." 한창 취업준비를 해야 할 시기에 그녀는 아무것도 하기 싫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두려워졌다. 오랫동안 외면해오던 정신적 스트레스가 터진 것. 성실하던 딸이 하루종일 집에서 잠만 자고 두문불출하자 걱정됐던 부모님이 정신 상담을 권했고, 김 씨는 비로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여유를 갖게 됐다.

김 씨는 처음에 강박증이 생긴 원인이 "동생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남동생은 어려서부터 공부에 별로 흥미가 없었어요. 매일 게임만 하고 성적도 좋지 못해서 전문대에 진학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저라도 엇나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남동생보다 저를 훨씬 엄하게 기르셨어요. 어릴 때는 그런 대우가 차별이라는 생각에 힘들었고, 철이 들고 나서는 저라도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무리했던 것 같아요." 김 씨는 병원을 다니며 항우울제를 처방 받고 있다. 항우울제는 당장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2주 이상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효과가 나오기 때문에 김 씨는 마음을 차분히 갖기로 했다. 김 씨의 상담은 주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왜 완벽함에 집착을 갖는지 내면을 성찰하고, 실수를 해도 괜찮다는 것을 반복해서 알려준다.

'우울하다'와 '우울증' 사이

한양상담센터 장형심 소장은 지난 8월 8일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려주길 당부했다.

우리대학은 인생의 코너에 몰린 학생들을 위해 '한양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 학기에 250명이 넘는 학생들이 찾을 정도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학생들이 상담센터를 찾아오는 이유는 다양하다. 저학년은 주로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고 상담센터를 찾아오고, 고학년일수록 진로 문제와 취업스트레스로 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린다.

우울하다고 다 우울증인 것은 아니다. 한양상담센터 장형심 소장은 "'우울증'과 단순한 '우울함'은 다르다"고 말했다.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지속성'이다. "보통 긍정적인 정서보다 부정적인 정서가 더 클 때 우리는 '우울하다'라고 이야기 해요. 죄책감이 든다거나, 친구와 갈등을 빚었는데 해결을 못해서 마음이 무겁다거나 연인과 헤어져 상실감에 압도된 상태를 말하죠. 여러 부정적 정서들이 종합적으로 나타나서 기분이 밝지 않고 위축된 상태에요. 우울증은 이 증세들이 호전되지 않고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삶을 지배하는 것을 말합니다. 미열이나 경미한 기침은 푹 쉬면 낫지만, 그렇지 못하면 감기가 되고, 감기가 심해지면 폐렴이 되는 것처럼, 우울증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가 돼요."

한양상담센터는 심리검사, 개인상담, 집단상담, HY Communicus Program, 사이버 상담 등 여러 프로그램을 상시/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심리검사는 상시 운영하며 개인의 성격, 심리적 문제, 적성 및 진로에 대한 검사를 통해 자신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개인상담은 심리검사를 바탕으로 상시 운영하며,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전문 상담자와 일대일 만남을 통해 해결하는 프로그램이다. 자신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성격, 대인관계, 적성 및 진로, 이성문제 등에서 자신을 발전시키려는 자아성장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집단상담은 연 4회 실시되고, 전문가와 함께 유사한 문제를 가진 여러 사람이 모여서 구성원 안에서의 소통을 통해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상호 성장을 이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HY Communicus Program은 연 12회 실시하고 5회기로 진행된다. 집단 내에서 자신의 의사소통 모습을 점검하고 다양한 피드백을 주고 받는다. 개인사정으로 인해 센터에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경우 사이버상담을 이용할 수 있다. 고민에 대해 메일을 보내면 상담자가 메일을 통해 상담을 해준다.

우리 대학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는 학생들을 위해 연중무휴로 한양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우울증의 원인인 취업실패나 연인 사이의 결별 등이 해결되지 않았는데, 상담만으로 어떻게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장 소장은 "심리적 역량 강화를 통해 동일한 조건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 상담의 핵심이라며 우문현답을 내놓았다. "환경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시련을 줘요. 온실에서도 죽는 꽃이 있고, 사막에서도 피는 꽃이 있어요. 같은 환경에서 다르게 자라는 것은 심리적 역량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상담센터는 환경을 바꿔서 이 친구가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지 않아요. 그건 불가능하죠. 하지만 내면의 강인함은 길러낼 수 있어요."

장 소장은 학생들이 더 적극적으로 상담센터를 이용해주길 당부했다. 상담센터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어서 찾아오는 곳'이 아니라, 현재 갖고 있는 심리적 어려움을 능동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라는 것이다. "외부에서 상담을 받으려면 큰 비용이 드는데, 학교는 무료로 시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학교 시설을 이용한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와줬으면 좋겠어요."





상담만으로 나아지지 않는다면

지난 8월 11일 인터뷰에서 한양대학교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동훈 교수(의학.94)는 우울증을 병으로 보지 않는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양대학교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동훈 교수(의학.94)는 내원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을 찾는 학생들은 주로 대인관계나 학업스트레스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대학원 생활이 힘들어서 찾아오는 학생도 적지 않다. 학위나 실험에 매몰된 삶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학생이 많은 것이다. 과 내에서 친한 사람을 만들지 못해 겉도는 '아웃사이더'형 학생들도 스트레스를 느끼고 찾아온다.

"우울증의 진단기준에는 우울감, 흥미 소실, 무기력감등이 있습니다. 그것이 하루 종일 이어지며, 2주 이상 지속 될 때 우울증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기준이 되는 2주는 최소치를 말합니다. 보통사람은 우울한 감정을 겪어도 자연치유력이 있기 때문에 금세 기분을 회복합니다. 이 자연치유력이 망가진 것이 우울증이죠. 오랜 기간 동안 식욕감퇴나 불면증 등이 이어지고 심하면 자살을 시도하기도 해요. 치료를 하는 것은 이 병적으로 나쁜 기간을 없애는 겁니다. 물론 치료를 안 받아도 저절로 좋아질 수는 있어요. 내원 환자의 과거 병력을 보면, 우울했다가 저절로 좋아졌던 기간들이 많아요. 치료를 한다는 것은 저절로 나빠지는 기간을 줄이고 재발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죠."

정신건강의학은 우울증의 생물학적 원인으로 신경세포의 기능약화를 지목한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항우울제를 처방한다. 항우울제는 부작용이 거의 없고 효과가 좋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치료법이다. 어떤 환자에게나 고루 처방이 가능하지만 정신적인 문제에 있어 약의 도움을 받기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어서 환자와 상의 후 처방한다. 항우울제는 뇌에 있는 신경세포를 활성화 시키는 역할을 한다. 신경전달 물질의 분비를 촉진하고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것이다.

상담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정신치료'라고 부른다. 정신치료는 분석요법과 인지행동치료로 나뉜다. 분석요법은 환자의 정서적 괴로움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된다. 우울증 환자들이 경험한 상실과 충격에 대해 공감하고 위로하는 것이다. 환자 스스로 왜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지 이해하고 분석하도록 돕는다. 인지행동치료는 환자가 갖고 있는 자기자신 및 세상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 치료다. 환자가 갖고 있는 잘못된 사고를 찾아서 교정하는 치료법이다. "예를 들어 지속되는 취업실패로 우울증에 걸린 환자의 경우, 취업 실패를 인생의 끝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취업의 실패가 인생의 종결로 이어지지 않고 충분히 재기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겁니다. 논리적으로 사고의 오류를 지적하고 행동을 교정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죠."

우리사회는 여전히 우울증 환자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을 병이 아니라 개인의 나약함이나 불성실함으로 보는 것이다. 오 교수는 둘을 구별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우울증 환자는 무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우울증은 다른 병처럼 눈으로 명확히 보여지는 질환이 아닙니다. 피검사를 해서 특정 수치 이상이면 우울증이다 이런 식으로 명확하게 기준이 나오지 않지요. 그래서 많은 사람이 오해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우울증 환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점점 없어져야 환자들이 쉽게 병원에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울증이 의심된다면?

통계적으로 남성의 10%, 여성의 25%는 살면서 한 번씩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한다. 그 보편성은 가히 '마음의 감기'라고 칭할 만하다. 평소 우울한 기분을 만성적으로 느끼거나 스트레스와 식욕감퇴 등이 지속된다면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국민건강포털은 우울증 자가진단테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에 범람하는 우울증 진단 문항이 신뢰가 가지 않는다면, 이 사이트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http://www.g-health.kr/portal/cts/view.do?cNo=200473&menuNo=200473. 자가 진단을 통해 심각한 우울증세라는 판단이 나왔다면 상담센터나 병원을 직접 방문하여 전문가의 진단을 듣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선희 학생기자
pdg1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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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미 사진기자
lovelym2@hanyang.ac.kr

 



2014-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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