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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인들의 편견과 환상에 대해
조회 2407 2016-02-17 14:21:42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겉을 보고 속을 판단하지 말라. 겉 표지만으로 책 내용을 모두 알 순 없다.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겉모습 만 보고 편견의 시선으로 쳐다보게 되는 학생들이 있다. 이번 주 인터넷한양은 베일에 싸인 특정 단과대 학생들을 만나 그 궁금증을 풀어봤다.

의대생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은 어떨까? 인문대 모 군은 “일단 의대생들은 멋있다. 하얀 가운을 입은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든다. 또 학기 내내 엄청난 양의 과제와 실험 등으로 하루 종일 공부만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왠지 대학생활의 낭만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의대생들. 의예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장지희 양(의대․의예 2)에게 의대생들의 학교 생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의대는 일반 단과대와 달리 학기마다 시간표가 정해져 있어요. 때문에 교양을 제외한 모든 전공을 동기 모두와 함께 같이 듣죠. 또 일정 교양학점을 이수해야 하는 졸업요건이 없기 때문에 교양과목을 꼭 들을 필요도 없어요. 교양강좌에서 의대생들을 자주 볼 수 없는 이유죠.”

“2학년인 저는 의학개론과 인체구조기능학, 한의학개론, 유전학 등 기초과목과 각종 실습과목을 수강하고 있어요. 이 외에 의학실무영어와 교육공학개론을 배우고 있죠. 다른 과 학생들 생각처럼 공부해야 할 양이 유별나게 많진 않은 것 같아요. 다만 전공 수업이 위주의 수업만 듣다 보니 타과 학생들과 섞여 재밌는 교양강좌를 자주 듣지 못하는 게 아쉬워요. 일부 타과에서는 날씨가 좋을 때 캠퍼스 잔디밭에서 야외수업도 한다던데 저희 의대에서는 꿈같은 얘기죠.”

‘의대생들은 모범생이다’, ‘술은 입에도 대지 않을 것 같다’, ‘공부 빼곤 잘하는 게 없을 것이다’ 의대생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은 대략 이렇다. 장 양은 손사래를 치며 “의대생들도 다른 학과 학생들처럼 술도 잘 마시고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의대는 예과 2년과 본과 4년으로 구성됩니다. 예과생들은 타 과 1,2학년 못지않게 잘 놀아요. 의대 생활은 동아리가 반이나 다름없어요. 의대에는 약 스무 개의 동아리가 있는데요. 동아리 종류도 다양해서 축구와 야구, 농구 등 운동 동아리, 합창과 오케스트라, 응원단, 밴드 등의 공연동아리를 비롯 종교동아리도 있죠. 그 외에도 사진부나 컴퓨터 동아리, 그리고 제가 활동하는 의대 연합동아리도 있어요 동아리 모임이나 동기들끼리 친목을 다질 때 술이 빠지지 않을 만큼 저희도 음주가무를 즐긴답니다.”

“의대가 타 단과대에 비해 다소 폐쇄적인 학과라 학생들이 많은 편견을 갖고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희 역시 다른 학문을 배울 뿐 나름대로 대학생활의 낭만을 잘 즐기고 있어요. 의대생은 꽉 막힌 모범생이 아니라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 좋아하고, 취미생활도 즐기는 평범한 대학생이랍니다.”

척박한 땅에서 피어난 한 줄기 꽃처럼 여자 체대생들은 자신보다 덩치가 훨씬 큰 남학생들 사이에서도 늘 당당하다. 때문에 ‘여자 체대생은 드셀 것이다’라는 편견이 있는 게 사실이다. 놀라움으로 가득할 것만 같은 여자 체대생들의 세계. 체육학과 3학년 재학 중인 안하영 양(체대․체육 3)이 여자 체대생들을 대변해 말을 전했다.

“일반적으로 여자 체대생들이 타과 여대생들보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강인한 것 같아요. 다들 운동을 좋아하고, 자주 하다 보니 승부욕이나 근성이 생긴 것 같아요. 그렇다고 여자 체대생들이 여성스럽지 않은 건 아니에요. 수업 특성상 실기 수업이 꽤 있기 때문에 다른 과 학생들처럼 여성스럽게 옷을 입고 다니기 힘든 부분도 있죠”

“사실 처음 학교에 왔을 때는 남자 동기들과의 생활이 꽤 힘들었어요. 장난도 심하고 말을 직설적으로 하다 보니 상처도 받았었죠. 하지만 익숙해지고 나니 오히려 편했어요. 서로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바로 지적해주기도 하면서 말이죠”

안 양은 모든 질문에 시원시원하게 답변했다. 그녀의 거침없는 입담에 기자도 금새 동성친구와 얘기하는 것처럼 편안함을 느꼈다.

“체대 여학생으로 지내는 가장 좋은 점은 바로 남자친구들과 쉽게 친해진다는 점이에요. 저는 보통 여자아이들이 싫어하는 군대와 스포츠 얘기를 학과에서 질리도록 들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아는 것도 자연스레 많아지면서 말이 통하는 친구들이 많이 생겼어요. 처음 만난 남자친구들과 얘기할 때도 공감대 형성이 쉽더라고요.”

하지만 안 양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여자 체대생이라는 이유만으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많은 사람들이 체대에는 체육특기자들만 있는 줄 알고 있는 만큼 아직도 체대는 공부가 아닌 운동만 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대학만 하더라도 체육특기자들 외에 일반전형으로 온 학생들도 많아요. 최근에는 스포츠산업학과도 신설됐고요. 저 또한 체육학을 배우기 위해 이 전공을 택했어요. 가끔 ‘운동선수도 아니면서 여자가 체육학과에는 왜 갔냐’ 혹은 ‘공부하기 싫어 대충 체육학과로 진학한 것 아니냐’라는 식의 말을 들을 때 답답해요.”

“체대 여학생들은 외유내강이 아니라 외강내강이에요. 시원시원한 성격에 체력, 정신력 모두 강하죠. 하지만 여학생들이 공부하기 싫어 체육학과를 택했다는 편견은 사절이에요. 다 저마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체육학과에 진학한 것이랍니다. 저 또한 FIFA(국제축구연맹) 같은 국제체육기구에 진출하는 것이 꿈이에요”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올해 간호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남자 간호사는 8백37명으로 전체 합격자(1만2519명)의 6.7퍼센트라고 한다. 매년 그 숫자가 2~30%씩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전체 간호사 중 남자 간호사는 1.47퍼센트에 불과하다. 현실이 이러하니 사람들은 간호학과에 있는 남학생들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여자들 사이에서 학교생활 하니 부럽다’부터 ‘남자가 왜 간호사를 하느냐’까지. 오병기 군(의대․간호 2)을 만나 남자 간호대학생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대한 진실을 들어봤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남자간호사에 대한 편견이 적지 않아요. 사람들도 제가 간호학과에 다닌다고 하면 꼭 놀라서 다시 묻더라고요. 처음에는 말하기 민망하고 어색했는데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졌어요. 국내에 남자 간호사 숫자가 적은 만큼 이런 인식에 대해 이해하려고요.”

“흔히 남자 간호대학생이라고 하면 ‘성격이 여성적일 것이다’라고 생각하는데,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에요. 저는 이타적인 성격이고 모든 일에서 남을 배려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봉사활동도 자주했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간호학과를 선택하게 됐죠.”

많은 여학생들과의 학과 생활은 어떨까. 여학생 비율이 극히 낮은 공대 학우들이 가장 부러워할 부분이다. 이에 오 군은 “많은 학우들이 상상하는 것 만큼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저도 처음에는 친구들에게 자랑할 만큼 천국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학과 친구들은 남녀 할 것 없이 ‘동성화’가 되 버렸어요. 다른 점이 있다면 남학생들은 학과 내 힘쓰는 일을 도맡아 하게 됐다는 것 뿐 이에요. 저희는 워낙 남학생 숫자가 적다 보니 모든 일에 불려가야 했죠. 이제는 여학생들이 조금만 힘든 일을 하고 있으면 도와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몸에 뱄어요. 또, 간호학 자체의 특성상 고생했었어요. 여성건강간호학이나 몇몇 전공과목의 경우 여학생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여 쉽게 이해하는 반면, 남자인 저에게는 낯설고 혼란스러운 부분이 많아 꽤 애를 먹었었죠.”

“하지만 간호학과 진학을 후회하지 않아요. 제 꿈을 이룰 수 있다면 사람들의 편견과 시선은 극복할 수 있어요. 만약 제가 꿈을 이뤄 훌륭한 간호사가 된다면 사람들의 편견이 조금은 사라질 거라 믿어요.”

앞으로 캠퍼스를 거닐며 이들을 만난다면 편견이 아닌 그들 개개인을 들여다보려는 노력해보는 건 어떨까. 아마 이들 또한 우리와 같은 대학생활을 즐기는 한양인이라는 걸 금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서동욱 취재팀장
sdwjoa@hanyang.ac.kr

201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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