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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술을 실천하는 의대 진료봉사동아리 자유의사
조회 2200 2016-02-17 13:00:34

의술로 세상을 밝히는 촛불이 되려는 이들이 있다. 본교 의료봉사동아리 ‘자유의사’다. 이들은 외국인노동자, 정신질환자, 노인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자신들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찾아가 무료 진료를 펼치고 있다.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1월엔 동아리 회원인 이준범(의대·의학 3) 군이 ‘제 8회 청년슈바이처상’ 봉사 부문에서 수상자로 선정되는 경사를 맞기도 했다. 위클리한양과 가진 인터뷰엔 이 군을 비롯해 지난해 동아리 회장이었던 김명찬(의대·의학 2) 군과 새내기 생활을 의료봉사와 함께 한 김우경(의대·의예 1) 군, 김지예(의대·간호 1) 양이 함께 했다.

동아리 이름이 ‘자유의사’다. 어떤 일을 하는 모임인가.

김명찬(이하 명찬) : 의료봉사에 뜻있는 선배들이 오래 전부터 활동을 해왔지만 지금의 이름이 붙여진 것은 지난 92년이다. 최근 가장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일은 성동구 ‘외국인 노동자 무료 검진’이다. 정부 보조금을 받고 운영되는 성동구 외국인 노동자 진료소는 전국에서 가장 잘 된 사례다. 진료 외에도 다양한 자립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의료 봉사자가 부족해 우리가 돕고 있다. 성동구 ‘정신건강센터’를 통해 사회로부터 고립된 정신질환자들의 말벗이 돼주는 일도 한다. 그 밖에도 서울역 ‘노숙인 진료소’, 은평구 ‘은혜의 집’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동아리 창단멤버인 현 구리녹색병원장 정일용(의학 88년 졸) 선배를 비롯해 많은 분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이준범 군의 ‘제 8회 청년슈바이처상’ 수상을 축하한다. 소감을 듣고 싶다.

준범 : 과분한 상을 받게 돼 쑥스럽다. 자유의사 활동과 더불어 개인적으로 구로동 ‘외국인 노동자 진료소’, ‘경북 봉하마을 의료봉사’ 등을 해왔다. 전공 공부로 바쁘긴 하지만 시간부담은 거의 없었다. 단체로 활동하기 때문에 시간이 가능한 사람 위주로 번갈아가며 봉사를 하기 때문이다. 마음만 있다면 본과 때도 한 학기에 두 세 번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는 만큼 기억에 남는 일도 많겠다.

김우경(이하 우경) : 서울역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간 적이 있다. 아직 새내기라 환자 줄 세우기, 차트 적기, 짐 옮기기 등을 도맡아 한다. 줄을 서는 과정에서 종종 다투는 분들이 많아 진료에 애를 먹는다. 우리를 대하는 그분들의 태도에서 마음의 벽을 느끼기도 한다. 어떻게 해야 이를 허물고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

김지예(이하 지예) : 외국인노동자 무료 진료를 갔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비영어권 국가의 환자들을 진료할 땐 말이 통하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 양국의 언어가 가능한 다른 노동자들이 통역을 해주지만, 이 분들이 없을 땐 손짓몸짓을 섞어가며 대화를 해야 한다.

명찬 : 정신건강센터를 통해 알게 된 누나가 있다.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어서 항상 나를 오빠라고 불렀다. 얼마 전의 일도 기억을 못하는 탓에 찾아갈 때마다 들었던 이야기를 또 들어야만 했다. 처음엔 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속이 깜깜했다. 그러던 어느 날, 누나가 나를 보자마자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맞이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기억을 못하던 누나가 내 이름과 얼굴을 잊지 않았던 것이다. 그 때의 기분은 앞으로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준범 : 예과 2학년 시절 경로당으로 무료 진료를 나갔을 때의 일이다. 의료봉사를 나가기 전에 신입생은 동아리 내에서 예진교육을 받는다. 나 역시 새내기 때 교육을 받긴 했지만 그 동안 현장에선 투약하는 일만 도맡았기에 진찰은 처음이었다. 혈당을 재야하는데 내가 하도 어리바리하니까 지켜보던 할머니가 기구를 빼앗아 직접 재시더라. 혈압을 잰다며 동맥이 흐르는 반대쪽에 청진기를 대고 한참 귀 기울인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해도 민망한 실수지만 누구나 겪음직한 시행착오를 남들보다 일찍 겪은 덕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예비 의료인으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명찬 : 의료봉사를 하며 의료정책의 문제점을 느낄 때가 많다. 정책 개선을 통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의료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현장봉사는 그 이후의 일이다. 나중에 예방의학과 사회공헌 분야를 공부해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그리고 내년엔 동아리 이름으로 ‘청년슈바이처상’을 타는 것이 또 다른 목표다.

준범 : 1년 남은 학부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 내년엔 지금보다 더 바쁘겠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을 찾을 생각이다. 봉사활동을 대학시절의 추억으로만 마치는 것이 아니라 일생을 통해 끊임없이 해야 할 일로 여기겠다.

지예 : ‘자유의사’ 활동을 통해 끊임없이 배우는 중이다. 지금의 경험이 쌓이면 나중에 간호사가 돼 환자를 대할 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부터 의료봉사를 하고 싶었던 만큼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하겠다.

곧 입학할 새내기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우경 : 봉사는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실천한다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각자가 가진 재능과 열정, 이를 합쳐 여럿이 함께 봉사활동을 한다면 ‘사랑의 실천’이 무엇인지 확실히 배우게 될 것이다.

명찬 : 타 학교 의료봉사동아리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모두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재정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봉사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문제라는 것이다. 자비로 약값을 충당하며 봉사를 하던 선배들에 비해 나태한 마음가짐도 부끄럽긴 마찬가지다. 처음 의대에 진학할 땐 모두 좋은 의사가 되겠다는 강한 목표를 갖는다. 하지만 막상 바쁜 일상에 치이다 보면 의료봉사를 하겠다던 생각을 잊곤 한다. 봉사심을 더 자극하는 게 중요하다. ‘한양인’ 모두 명문대학의 학생들로서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양대’라는 이름의 가치는 우리의 선배들이 만든 것이다. 본교에 입학했다는 것만으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으려 해서는 안 된다. 이는 선배들의 것일 뿐, 지금 우리가 잘 해야 10년 뒤 더 나아진 한양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현정 취재팀장 norubia@hanyang.ac.kr
권순범 사진기자 pinull@hanyang.ac.kr

2008-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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