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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수해지역 봉사활동 진행한 의대 손주현 교수
조회 3508 2016-02-16 23:32:39

지난 5일에서 7일까지 2박 3일간 본교 구리병원의 손주현(의대·소화기내과) 교수를 비롯한 16명의 의료진들이 수마가 할퀴고 간 강릉 일원으로 의료 봉사활동을 다녀와 화제다. 이들이 펼친 사랑의 인술은 수해의 휴유증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줄 수 있었으며, 의료진 각자에게는 본교의 교육이념인 '사랑의 실천'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면서 피해의 심각성을 절실히 깨달았다는 손 교수를 만나 이번 의료봉사활동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해당지역의 피해상황은 어떠했나?

우리가 간 곳은 강릉시 옥계면의 작은 마을이었다. 면사무소 부근은 피해가 적었지만, 조금만 더 들어가면 도로가 끊겨 구호물품들조차 걸어서 운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반정도 매몰된 집들은 진흙으로 덮여있고 전기와 통신은 물론 수도공급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개울 근처의 집 세 채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누군가가 얘기를 안 해주면 그곳에 집이 있었다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라고 한 주민이 말해주었다. 불은 재라도 남기지만 물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모두 쓸어가 버린다는 말을 실감했다.

- 진료는 어떻게 이루어졌나.

도착하자마자 옥계면사무소 2층 회의실에 진료실을 개소했다. 첫째 날은 주민들에게 홍보가 부족한 탓이었는지, 엉망이 된 집안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는지 환자가 많지 않았다. 다음날은 왕진가방을 들고 2시간 동안 산길을 걸어 들어가 산계 2리와 산계 3리의 100여 가구를 가가호호 방문하며 진료했다. 그러나 가지고 갔던 약이 부족하거나 예상치 못한 환자를 만났을 경우는 처방전을 본부로 가지고 와서 다시 산길을 걸어 올라가기도 했다.

- 힘든 봉사 후 감회가 있을 것 같다.

직접 환자를 보다보니 여러 가지로 많은 일손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국민들 각자가 자신의 처지와 능력에 따라 이들의 고통을 분담하고 위로하는 등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준다면 수재민들 역시 용기를 얻고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으로 위기를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도와야 한다는 구호만이 아닌 실질적인 도움이 절실할 때다. 또한 '내가 누군가에게 무엇을 베풀었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가진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구나'라는 걸 스스로 깨닫고 왔다.

- 학창시절에도 봉사에 관심이 많았는지.

전혀 아니다. 개인적인 욕심이 아주 많아 이제까지 나 자신만을 위해 공부해 왔다. 대학에 들어온 이후에도 학교와 병원에만 충실하다보니 인턴과 레지던트 시절에도 남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물론 환자를 볼 때는 성의껏 최선을 다하지만 그것은 봉사와는 다른 차원이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기독교를 좀 더 가까이 접하면서 이제껏 내가 잘못 살아왔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더욱이 미국에는 자원봉사 활동이 활발한데 지금의 나는 그곳의 정신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 봉사 기간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는가?

심장병 환자가 한 분 있었는데 진작 자신은 몰랐다고 한다. 평소에 조금만 걸어도 조금 숨이 찼지만 병원에 가서 진료할 만한 경제적 사정이 안되었다고 한다. 요즘 세상에 자신이 무슨 병을 가졌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 분께 의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도로가 연결되면 꼭 병원에 가보라는 말뿐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도 죄송스럽고 안타까워 가슴이 아프다.

- 함께 한 동료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출발하기전 함께 참여한 분들께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음을 기쁘게 생각하고 열심히 하자'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자의로든 타의로든 우리는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이며 활동을 시작한 이상, 수해의 고통을 같이 느끼고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현장에서 다들 힘든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강요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나서서 일해 주었다. 활동에 대해 어떠한 작은 찬사가 있다면 이는 모두 그들의 몫이다.


최수정 학생기자 81choi@ihanyang.ac.kr

2002-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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